제11화 원하는 것을 기어코 얻어내는 재능

그들은 원하는 것을 기어코 얻어내는 데 재능이 있을 뿐이다.

by 철없는박영감
내 인간됨의 한계


오늘은 잠이 안 온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며, 해탈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객관화되며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오늘같이 그렇지 않은 날도 있는가 보다. 욕을 해도 너무 순화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두자.


정말 싫은 사람 이야기이다. 이 年 때문에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그냥 도망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욱욱 올라왔던... 이건 그냥 안 맞는 거다. 그 어떤 관용과 자비의 마음을 먹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정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던 경험담이 될 것 같다. 만날 때마다, 격투기의 마운트라는 기술로 바닥에 눕혀놓고 주먹으로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드는 상상을 할 정도로 살의를 느끼게 했던 이다. 내 안의 악마를 끄집어내는 그런... '참 잘 참았다. 용하다.'라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박힌 돌 (a.k.a 똥파리)


그래 항상 시작은 점잖아야지. 앞서 말한 똥파리 이야기다. '갈등'을 1st에서 3rd로 순서대로 써서 그렇지 앞서 말한 모든 사건이 한 달 새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이것의 종지부를 찍은 순간이, 어이없는 카톡을 날렸던 6급 늘공 사무실에서 보자고 한 날이다. 출근과 동시에 2층으로 올라가 공공급식팀장과 늘공을 앉혀놓고, 왜 사람을 하청업체 취급하냐며 '지랄'을 한 순간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 나를 달래서 내려보냈지만(내가 안 하면 지들이 고생이거든), 그 이후로 사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했던가? 이곳으로 나를 부른 친구 녀석은 몰라도 될 것들을 너무 많이 알게 했다. 마음 같아서는 손절하고 싶지만, 아니다 아마 이런 생각이 들었으니 어느 순간에는 손절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냐고? 왜냐하면 내 안에 악마가 살고 있음을 상기시킬 테니까.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똥파리들의 가스라이팅 순서를 자세히 살펴보자. 그들은 절대 먼저 말하지 않는다. 그냥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먼저 말하게 만든다. 그리고 뱀 같은 혀로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 미끄덩한 기분은 정말 소름이 돋는다. 이 개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시 이걸 원하시나요?’라고 말하는 그 순간, 이미 나는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정신줄을 놓지 않고, 내 뒤에는 나만 믿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는 책임감으로 대응한다.


그다음 순서는 부탁(협박)을 한다. 그런데 그 부탁은 거절할 수 없는 구조로 짜여 있었다. ‘이거 안 해주면, 위에서 뭐라고 할 텐데요…’ 위는 누구고, 뭐라고 할 건데요? 그들은 늘 위를 들먹인다. 그리고 나는 늘 아래로 내려간다. 분명히 책임자는 나고, 권한도 나한테 있는데, 그들은 군림하려 든다. 이 정도 되면 슬슬 심장이 벌렁거리고 숨이 가빠지며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리고 주먹을 부르르 떨게 된다. 본능적으로 싸울 준비를 하는 거겠지? 그래도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사무적인 표정과 말투로 틈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긁는다. 살살 긁어 화를 돋운다. 그리고 내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 그들의 기회의 순간이다. 내가 화를 내면, 그들은 놀란다. ‘왜 그렇게 예민하세요?’ 예민한 건 나인가? 혹은 '아니 주무관님이 먼저 그러셨잖아요?' 아~ 진짜 이렇게 매도할 때는 주변에 흉기가 없는 게 다행이다 싶다. 그들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내 감정을 흔들고, 내 원칙을 무너뜨린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기어코 얻어내는 데 재능이 있을 뿐이다.


점점 각성해 가며,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 박힌 돌들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달 밖에 안된 경력직 임기제 계약직 공무원이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인데, 저들은 9급 신규 임용된 사회초년생들을 인간성이 글러먹었다며 애송이 취급을 하겠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뻗쳐오르는 열은, 이제 내가 살아가며 감내해야 할 숙제가 되었다. 뭐 그래도 인생이 심심해질 일은 없겠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안성시의 농산업에 신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규 농가 섭외에 열을 올렸다. 어딘가에서 판로를 찾지 못해 로터리(트랙터에 매달고 밭을 갈아엎는 장비를 '로터리'라고 한다. 그래서 뭔가의 이유로 스스로 리셋하는 것을 '망했다'라고 하지 않고, '로터리 친다'라고 표현한다.)를 쳐야만 하는 농가들에게, 완전한 복구는 안되더라도 최소한이라도 마지막으로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꾸러미에 납품을 권유하고 다녔다.


경로당 꾸러미 사업의 주목적은 노인 돌봄 행정 서비스이고, 소외농가의 소득증대가 부수적인 기대 효과였다. (진짜 기대 효과는 선거... 에헴... 표심... 에헴...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직접 찾아다니기도 하고, 전화도 돌렸다. 꾸러미 납품을 희망하며 신청한 농가가 300 농가가 넘었는데, 실제로 납품을 하고 있는 농가는 90 농가가 채 안 됐다. 어떻게든 한 농가라도 더 붙잡아서 혜택을 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일이 터졌다.


자색 양파를 키우는 농가였다. '어! 양파는 매주 들어가는데...' (물론 이것도 똥파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며 압박했던 것이다.) 이 생각이 들어서 꾸러미에 매주 양파가 들어가니 한 번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미 정해진 회차가 아닌 가장 빠른 회차에 '자색양파'고려라고 메모를 남겨뒀다. 만날 똑같은 것만 넣는다고 경로당에서 한 소리 듣고 있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이실직고


이후에 카톡으로 납품 품목에 대해서 (사실 똥파리들에게는 품목을 선정할, 가격을 책정할, 권한도 책임도 없다.) 문자를 주고받던 중 '자색 양파'를 제안했다. 그런데... 똥파리들이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카톡을 하다 말고 전화가 시끄럽게 울렸다. 처음에는 어떤 농가냐고 물었다. 그래서 알려줬더니 그 농가에 대한 악담을 하기 시작했다. 뭐 협조적이지 않은 농가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고, 본인이 참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둥, '카더라 통신'급 유언비어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농가가 직접 작성했다는 신청서 원본사진을 전송해 왔다.


그런데 정체를 알아버린 나에게 똥파리들의 비비는 손은 통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돌다리가 깨질 때까지 두드려 보는 성격 상, 여러 번 통화하고, 직접 농가를 방문하며 협상을 했다. 만나보니 성격이 꼬장꼬장하니 똥파리들이 하라는 대로 안 하는 성격이었다. '아~ 똥파리들이 싫어할만하네...' 한번 거래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음부터 안 하면 되니까 그냥 생각대로 밀어붙였다. 나에게는 그런 권한과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급해진 똥파리들이 지랄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양파는 지금부터 연말까지 납품 순서가 정해져 있고, 납품가도 이미 다 정해놨다는 거다. 그래서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없고, 가격도 바꾸면 안 된다는 거다. 어허? 어허라? 요 年 봐라! 그래서 칼을 숨기고 다시 물었다. 양파만 그렇냐고? 그랬더니 다른 농산물이 술술 나온다. 농가 조직화를 하면서 회의를 했고, 거기서 정했다는 거다.


계속 물었다. 그 회의는 누가 주최한 거냐? 그랬더니 어떤 용역사 이름이 나왔다. 그럼 그 회의에는 모든 농가가 참석했냐? 아니란다. 그럼 거기 모인 농가들끼리 그렇게 정했냐? 그랬단다. 농촌을 잘 모르던 나는, 이 똥파리들이 작목반과 '농가 조직화'를 교묘히 섞어서 말하는 통에 같은 것으로 알고 얘기를 들어줬는데 아니었다. 작목반이 재배기술의 향상을 위해 키우는 정파라면, '농가 조직화'는 그야말로 납품을 위한 사파였다. 어느 정도 듣고 나니 떠오르는 낱말이 하나 있었다.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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