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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들었습니다. 29만 원이요?

노트북의 예민함을 몰랐던 여자 

한참 브런치 글을 작성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노트북 화면이 하얗게 바뀌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화면이 보이지 않아 노트북을 재부팅할 수도 없다

당장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려고 했지만, 밤늦은 시간이라, 내일 가기로 한다.

처음 노트북을 만나서 3년 전이다.

당시 최고 사양의 제품이라 한 달인가를 기다렸던 기억이 났다.

노트북이 핸드폰처럼 터치가 되는 것이 신기했고, 키보드 감촉도 좋고, 무엇보다 스펙이 좋아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고장 한번 없이 잘 사용해 왔다.

이 녀석으로 강의도 듣고, 글쓰기도 하고, 휴대가 간편해서 어디든 함께했었다.

서비스 센터에 방문하고, 엔지니어 분을 만났는데,

"이거, 액정이 나간 것 같아요. 당시에도 고가의 상품이었고, 패널을 고치려면 수리비가 좀 많이 들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은 부품을 구해서 내일 수리가 될 것 같아요"

"힝! ㅠㅠ 그러면 얼마나 정도 들어요?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갑자기 그렇게 액정이 나가기도 하는 건가요"

"아~ 고객님!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다른데요. 뭐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거나 해도 액정이 나갈 수가 있어요. 그리고 액정 교체 비용 수리비용까지 하면 29만 원 정도 나올 것 같아요"

"잘 못 들었습니다?! 29만 원이요?"

세상에 이제 겨우 3년 넘게 썼는데, 수리비가 29만 원이라니.....

아효효! 액정은 역시나 비싼 거구나!


갑자기 처음 샀을 때, 터치 스크린이 되는 것을 보고 신나 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거구나, 비싼 만큼 수리비용도 비싼 거구나...

이 정도면 새로 노트북을 사는 것이 맞는 것이가를 고민하다가, 29만 원을 주고 정들었던 노트북을 고치기로 한다. 너무 무심히 다루었나 싶어, 동거동락한 노트북에게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노트북아! 이제 아프지 말자! 이 누나가 좀 더 세심히 다뤄줄게~

네가 그리 예민한 줄 몰랐어. 핸드폰은 그리 애지 중지하면서 글 쓰는 때는 네가 최고인데.. 

잘 모르는 주인 만나서 많이 아팠지? 누나도 속이 타 들어간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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