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방학 시작~
오늘부터 방학이다. 물론 시험이 한 개 남았지만, 어쨌든 수고 많았던 나의 1학년 1학기의 끝이 났다.
남은 시험 한 개를 위해 밀도 있게 공부를 해야 되지만,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맘에 드는 물건을 사야 할까?
어디까지 살을 빼야 할까?
엄마 아빠한테는 얼마나 기대도 되는 걸까?
블로그도 쓰기 시작해 볼까?
SNS 계정이 굳이 있어야 할까?
등의 명확히 답이 내려지지 않는 그런 질문들이 둥둥 떠다닌다.
난 합리적인 선택을 원하지 않는다. 사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자 한다면 모든 질문에 답하기는 너무 쉽다. 그런 지루하고 뻔한 답을 위해 나의 고민들은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합리적으로 보자면,
맘에 드는 물건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게 아니라서 굳이 안 사도 되는 것이고,
살은 체지방률 14프로 정도를 유지하면 된다.
엄마 아빠한테는 굳이 기대지 않아도 된다. 아직 나한테는 스스로 버틸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블로그는 쓰지 마라. 결국 누군가한테 보여줄 심산으로 시작하는 것이라면 오래가지 않는다.
SNS 계정? 삭제하진 말고 내버려두긴 해라. 앱만 핸드폰에서 삭제하면 그렇게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굉장히 쉽다 합리적인 선택은.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다.
난 몇 주 전부터 원하는 삶의 양식이 생겼다. 멋지고,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멋있어 보이거나, 멋있는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기서 '멋'의 기준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아마 한평생에 걸쳐서 고뇌하며 맞춰가야 할 삶의 양식일 것이다.
그래도 가장 비슷하게 골라보자면, 작가가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경우에도 글작가가 될 수도 있고 사진작가가 될 수도 있고 음악을 만드는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수많은 길이 존재한다. 그냥 내 인생을 살아가도 나는 그것 또한 작가라고 본다.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거니까.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선택은 무엇일까. 이게 정말 어렵다. 때론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최대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려고 한다.
단순하게. 마음 가는 대로가 중요하다.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아마 이번 여름방학 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책을 많이 읽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난 방해받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핸드폰에서 SNS 앱을 지웠다. 거침없이 그냥 지웠다. 웹툰 앱도 지웠다.
어쩌면 웹툰도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계속 볼 거다. 이런 거다.
나도 왜인지 설명은 못한다. "합리적인 선택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웹툰은 안된다. 하지만 영화랑 책은 된다.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고 한다. 멋있는 사람이 되는 길은 이쪽이 더 가깝다고.
정말 어렵다. 하지만 불명확하니까 인간 아니겠는가. 머신러닝의 단점처럼.
수많은 데이터와 지식들을 기반으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은 그 학습과 결론 도출에 있어서 명확히 과정을 설명해 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자기 스스로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 학습은 합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수많은 우연과 순간이 엮이고 겹쳐져서 만들어 내는 놀랍도록 반짝이는 선택과 그에 따른 영향들.
그러니까 스펙터클하고 오늘과 다른 내일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 말은 내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약간 곁들이고 싶다.
친구야, 이 세상에 너만 그렇게 힘든 줄 아니?
널 탓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나도 힘듦이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너를 감히 헤아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분명히 너보다 불운하고 힘든 사람도 많아.
뭐가 그리 죽을 맛이니?
좀 강인하게 견뎌 보렴.
부모님이 낳아주셨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야.
이 땅을 두 발로 밟고 있고 지금 숨 쉬고 있다면
도대체 뭘 못하겠니.
좀 견뎌.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누구한테 기대려고 하지 말고,
혼자 일어서고, 털어내고, 버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