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걸음을 응원하며
지난주 수요일부터 여행을 시작하여 이번주 금요일 새벽에 여행을 마무리했어요.
분명히 의미 있는 좋은 시간들이었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하지만 이 글은 대학 일기인 만큼, 여행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보다는 앞으로와 관련된 간단한 포부? 또 하나의 기대를 적어가볼까 해요.
9월 초에 다시 본래 일상인 2학기의 학교생활로 돌아가는 만큼, 적절한 떨림과 준비로 기분 좋게 준비를 해볼 생각이에요. 사실 이번 방학 때 한 번 더 살아가는 것에 대해 작은 느낀 점들을 모아서 얻었기 때문에, 2학기에 어떤 그림을 어떻게 칠해넣을지에 대한 막연한 설렘이 있어요.
어리석게도, 작년 겨울방학 때 이미 경험한 그런 풍부하고 넘치는 시간들에 대한 무료함과 무기력함을 여름방학 때 똑같이 느꼈어요. 마치 이건 예고된 재앙을 그저 바라보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겠죠? 단편적인 생각이나 문제도 아니니까요.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 중에 하나는 해변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시지프 신화를 결국 완독 한 거예요. 너무 어려워서, 분명히 긴 시간에 걸쳐 몇 번은 더 읽어야 되겠지만 그래도 카뮈가 그리고자 한 그림의 윤곽은 제게도 잡힌 것 같아요.
부조리한 삶과 인생. 어차피 죽음으로 끝나는 인생. 도대체 무엇이 의미 있을까요. 모든 게 무의미할 텐데. 그렇다고 죽어야 되나요? 아니라고 카뮈는 대답해요. 남은 삶의 기회를 남김없이 소진하는 것.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며 스스로가 노예가 되어 자유를 빼앗긴 삶…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마치 시시포스처럼 말이죠.
그저 미친듯한 경사에서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무게를 견디며 바위를 꼭대기까지 굴린 뒤, 다시 내리막길로 바위를 굴려 보내요. 그리고 다시 그 바위를 꼭대기로 올려 보내기 위해 잠시 동안 그 내리막길을 걸어내려 가요. 똑같은 것 같아요.
시시포스는 그 형벌 속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저 똑같은 그 언덕을 바위와 함께 오르고, 다시 내려가고. 반복할 뿐이에요. 도대체 어디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압도적인 바위의 중압감과 끝나지 않는 반복.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다시 응시하는 바위와 오르막길. 그렇다고 시지프스는 그 형벌을 그만두지 않아요.
이러한 부조리. 죽음과 함께 모두 사라질 부조리긴 해요. 하지만 카뮈는 절대 부조리의 끝을 자살이나 죽음으로 마무리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강조하는 것은 적극적인 반항….
제가 이해하기에는, 삶에 대한 반항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뭐가 됐든 삶의 기회를 남김없이 소진하는 방향으로만 간다면 말이죠…
마치 수명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태워버리는 하나의 별 같은 거죠. 우리 모두는 머나먼 과거에서 온 별의 일부라서, 더 찬란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서론이 길었네요. 그래서! 저는 남은 2주 정도의 방학을 또 잘 보내보려고 해요.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고, 잠시 하차한 완고한 식단과 몸관리의 쳇바퀴에 다시 올라타고, 필요한 미래에 대한 그림의 스케치를 연하게 그려보기도 하고요. 그 정도면 2주는 쏜살같이 흘러갈 것 같네요.
그리고 개강 이후의 생활은, 또 제가 잘 알아서 하리라 믿어요. 그저 저는 매일매일 바위를 굴릴 뿐인 거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제가 만들어내는 그 바위를 열심히 굴릴 뿐이에요.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삶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느낄 분들에게, 그리고 저마다의 언덕을 바위와 함께 오르거나 내리막길에서 그 바위를 바라보며 꿋꿋이 걸음을 옮겨가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