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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불법체류 할 생각이 없어요

앙골라 공항 경유하기

by 우당퉁탕세계여행

아프리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남미를 여행하기 위해 비행기로 7시간 30분이 걸리지만 가장 가까웠던 브라질의 상파울루로 가기로 했다. 우리가 검색했을 때는 직항 항공편은 없었고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나 앙골라를 경유하는 항공편만 있었다.

뜬금없이 앙골라?라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다. 둘 다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나라이다. 대륙간을 이렇게 연결해 주는 게 식민지배의 역사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좀 더 찾아보니 프랑스에서 세네갈, 네덜란드에서 인도네시아, 벨기에에서 콩고 등 같은 이유로 취항된 노선도 꽤 많다. 위 노선들은 역사적 교류·언어·경제 연결고리 때문에 승객·화물 수요가 꾸준하고, 그 결과 오늘날에도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앙골라를 경유할 때 공항에서 생긴 일이다.

출발할 때 비행기표를 두 장 받았기 때문에 수화물이 자동연결되어서 우리는 Transit 표시만 잘 따라가서 연결 편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다가 타면 된다.

경유할 때는 공항밖으로 나갈 일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우리 부부를 비롯한 몇몇 외국인들이 따로 불려 갔다.



“어디에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

“어디 가는 거야?”

“브라질 상파울루! “



경유를 하면서 따로 이런 심사?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이때까지는 그냥 보기 드문 아시아인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경유지에서도 확인하는 경유가 있다고 한다.


“상파울루 여행하고 어디로 가?”

“브라질 여행하고 아르헨티나로 갈 거 같아 “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야?”

“아니, 우리는 세계여행 중이야!”

“다음에 어디 갈지는 아직 안정했어!”

“뭐라고?……………”


사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리턴티켓을 요구하는 경우는 많았다. 보통은 출발국가에서 목적지인 나라를 출국하는 경우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을 갈 때, 한국 항공사 직원이 미국에서 아웃하는 티켓을 요구하는 경우다. 주로 법적·행정적 책임과 항공사 자체 위험 관리 때문인데, 항공사는 입국 거부되는 승객을 실어 나른 책임으로 인해 체류목적이나 계획이 불분명한 승객이 입국 거부되면 송환해야 하고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여행 중이고 언제 한국에 돌아갈지 몰라”

“………. 한국으로 돌아가는 티켓이 있어야 해”

“언제 돌아갈지 모른다니까!”

“한국에 언제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말도 안 돼!”

“우리는 1년 동안 여행 중이야!”


언제 한국에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리말을 믿지 못하고 진짜 그렇게 오래 여행을 하냐고 의심한다.

이런 장기여행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직원이었는지 도무지 우리말을 믿지 않았다. 그동안 여행한 사진들을 보여주고 여권에 찍힌 도장들을 보여주면서 다음 행선지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여행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 했지만 쉽지 않었다.


“그래도 한국 리턴티켓이 있어야 해!”

“아니……우리 한국 안 간다니까”

“놉!!”


브라질에서 나가는 티켓 요구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무조건 한국행 티켓을 요구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말이 잘 안 통해서 서로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자 다른 직원이 다가와 무슨 일인지 물어본다. 상황을 설명하니 그럼 브라질 아웃티켓이 있으면 될 거 같다고 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온 앙골라라서 공항 와이파이에 겨우 연결해서 브라질에서 아웃하는 무료 취소 티켓을 구매해 보여주고 게이트로 갈 수 있었다.


내가 입국할 나라에서 불법체류 할 의사가 없다는 걸 증명할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 리턴티켓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정말 형식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입국절차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인도에서도 리턴티켓 없이 세계여행 중이라는 말만 듣고 통과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운이 좋았었던 것일 수도 있고 무조건 리턴티켓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준비는 해야 한다.


결국 리턴 티켓은 형식적인 절차일지라도, 불필요한 불안과 위험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대비책이다. 세계여행을 계획한다면 준비해 두는 것이 마음 편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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