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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Apr 03. 2023

삼계절 피는 벚꽃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20세기의 중반을 지날 무렵, 더 이상 벚꽃은 봄을 상징하는 꽃이 아니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발전한 기술로 인해 벚꽃은 겨울에만 꽃이 지고 봄,여름,가을 항상 피어있는 꽃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사계절을 분홍으로 물들 게 할 수 있다는 연구의 시작을 알리던 뉴스는 이제는 반쯤 기정 사실이 되어버렸고, 정부에서는 앞다투어 신품종삼계절 벚꽃을 곳곳에 도입했다.


대한민국 거리의 가로수는 삼계절 벚나무로 채워졌고, 벚꽃은 더이상 봄과 설렘, 중간고사와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예전의 푸름을 상징하던 소나무나 봄의 분홍을 상징하던 벚나무나 이제는 식상함을 나타내는 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예쁘고 좋은 것이 항상 주변에 피어 있으면 사람들의 행복한 감정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거리를 잠깐 수놓았던 분홍빛은 이제  상시 그들 곁에 머무르며,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잠식하였고, 사람들은 항상 피어있 분홍빛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의 흥은 없는 색이 분홍색이었다.


다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현상을 가져다 주었다.


봄을 알리듯 피드를 가득 채우던 분홍빛 대 겨울에만 꽃이 떨어져 앙상해진 벚나무 세상 사람들 갤러리와 마음속 삭막하고 앙상한 가지사진시작했다.


"앙상해진 벚나무를 보니 겨울이 온듯하다!"

"겨울방학의 시작을 알리는 벚꽃"

"저 벚나무처럼 나도 모든것을 잃어버렸다ㅠㅠ"


특정시기에만 꽃이 피지않는 특정 형태를 띄게 된 그 나무는 봄 대신 겨울을 대표하는 이 되어버렸으며, 중간고사 대신 겨울 방학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이제 시작하는 첫사랑의 상징이 아닌, 상실과 헤어짐을 대표하는 꽃이 되었다.


나이가 든 지금 가끔은 달라져버린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고 옛추억을 회상하며 돌이켜보곤 한다.


예쁘고 좋은 것을 항상 가지게 된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이 아님을. 그리고 예전엔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예쁘고 좋은 것이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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