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와 출산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너는 괴로움 속에서 자식들을 낳으리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 아이를 낳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출산할 때 극심한 고통을 겪습니다. 출산 과정이 워낙 힘들어서 예전에는 출산하다가 사망하는 일도 빈번하였지요. 이렇게 인간이 출산의 고통을 겪는 이유도 뼈와 관련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골반뼈와 관련이 있습니다. 남녀의 뼈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꼽자면 골반뼈의 차이가 있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출산에 유리하게끔 골반뼈가 더 큽니다. 여성 특유의 매력적인 걸음걸이는 남성보다 출산에 유리한 골반뼈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골반이 좁아졌습니다. 좁아지고 상체 전체를 지탱해야 하면서 짜부라진 그릇모양으로 변했지요. 골반이 넓은 침팬지도 두 발로 걸을 때 어기적거리는 것과 달리 인간의 골반은 그보다 좁기 때문에 더 날렵하게 잘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는데 인간이 진화를 통해 두뇌가 발달하면서 머리는 점점 더 커졌는데 반해 골반은 좁아졌기에 태아의 머리가 골반을 빠져나오는 일은 점점 어렵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출산의 고통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져 갔던 것입니다. 실제로 태아 두개골의 직경은 방향에 따라 골반보다 더 큽니다. 그래서 태아는 출산할 때 산도를 빠져나오기 위해서 쉽게 바로 나오지 못하고 산모의 몸 안에서 어렵사리 여러 차례 머리를 돌리고 회전하면서 나옵니다. 이렇듯 직립을 위해서 인간은 난산의 길을 택하였습니다. 그나마 출산을 쉽게 하기 위해 택한 것이 머리뼈가 작을 때 일찍 낳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갓난아기는 태어날 때 발달이 상당히 덜 되어서 태어납니다.
뿐만 아니라 태아는 두개골 뼈끼리 아직 융합되지 않은 미발달 상태로 태어나게 되어 산도 통과할 때 머리 크기를 더 줄여서 출산을 용이하게 합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출산을 쉽게 하기 위해 태아는 어깨폭을 결정하는 쇄골뼈의 성장을 늦추고 출산 뒤에는 다시 급속히 성장하는 발달을 보인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힘든 출산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뼈를 이용해서 진화를 이루어 냈다는 점이 놀라운 점입니다.
인간의 이렇게 힘든 출산 과정에서 시작된 돕는 행동이 사회적 연대의 출발점이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영장류는 쭈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출산을 할 수 있기에 혼자서 출산을 하고 아이를 바로 돌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출산할 때 남의 도움 없이는 출산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가족, 가까운 친척이 임신 말부터 출산과 산후를 돕게 진화하였고 이는 인간의 사회적 연대의 토대가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