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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Jun 18. 2024

육참골단 ; 상사에게 오타를 선물한다

사자성어로 돌아본 직장 20년, 앞으로 20년

육참골단 (肉斬骨斷)


살을 베어 주고 뼈를 자른다
 ※ 작은 손실을 보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손자병법 36계 중 11계인 이도대강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진다)과 같은 말이다.


  육참골단. 자신의 살을 베어 주라고? 살을 배는 아픔을 자처해야 하는 걸까? 상생을 미덕으로 여기는 세상이 아니었던가. 일꾼에게 육참골단이 필요하단 말인가?


  현 책임은 열정 일꾼이자 숙련 일꾼이다. 회사의 주요 실무와 까다로운 고객사를 담당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눈에 쏘옥 이해되도록 논리적이며, 핵심과 해결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상사는 눈을 부릅뜨고 찾아도 수정사항을 찾을 수 없다. 상사는 현 책임의 완벽한 업무 처리가 팀의 성과로 이어져 만족스럽긴 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게 느껴져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현 책임이 보고를 할 때면, 사업부장님의 의중이라며 방향을 바꾸거나 지시한 내용과 다르다며 괜히 트집을 잡아 일을 두 번 세 번 하게끔 하고는 한다.


  한편, 차 책임은 얌체 일꾼이자 가신 일꾼이다. 상사의 말에는 무조건 '네네, 아~, 그렇죠'로 동의를 하고, 뜬금없는 지시라도 하는 시늉을 한다. 업무 성과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상사가 시키면 무조건 한다. 상사가 설명하지 않은 부분은 챙기지 않아 업무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상사는 아픈 손가락 챙기듯 차 책임의 업무 구멍을 매워주고 차 책임은 상사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훌륭한 현 책임의 보고서는 트집 잡혀 반려되고, 부족한 차 책임의 보고서는 결재를 받아 마무리된다. 현 책임에게 육참골단이 필요하다. 상사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빈자리를 만들어주는 전력이다. 상사가 찾아내기 쉬운 기초적인 오타를 보고서에 심어 놓는다. 보고서의 배치를 살짝 바꿔서 흐름이 어색하게 조정을 한다.

자부심이 강하고 질투심이 많은 상사는 보고서의 오타와 배치를 수정하며 자신의 업무 능력에 스스로 탄복을 한다. 오타를 찾아내는 꼼꼼함, 보고서 흐름을 잡아주는 통찰력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한다. 현 책임이 아직은 부족함이 있다고 느끼며 경계심이 사라진다. 간단한 오타 수정과 표 배치 수정만으로 보고서가 통과되었다.


오타는 필요악이다.


[육참골단_직장인 해설]

 

  상사가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는가?
  상사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가?
  부족한 동료가 더 인정받고 있는가?


  일꾼으로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다다익선'이 필요하다. 지식, 경험, 인맥 모두 많을수록 채용에 유리하다. 하지만 진정한 일꾼으로 살아가다 보면 '다다익선'은 일꾼에게 저주가 되기도 한다.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면 더 많은 일이 주어지고, 새롭고 어려운 사업을 착수하면 능력 있는 일꾼이 도맡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일꾼에게 업무 능력은 '과유불급'이다. 완벽하고 뛰어난 일꾼은 견제를 받거나 어려움 일을 맡아 실패하여 좌천되고, 살짝 부족한 일꾼이 스타 일꾼이 된다. 적당히 부족한 일꾼은 장수 일꾼으로 정년을 맞이한다. (많이 부족하면 컴백홈?)


  열정 일꾼, 숙련 일꾼으로 인정받고 있다면 당신에게 육참골단 전략이 필요하다. 보고서에 오타 끼워넣기, 메일 실수로 잘못 보내기, 알고 있지만 틀린 대답하기 등으로 상대의 경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의 능력이 빛날 수 있도록 허점을 상대에게 보여 당신의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기를.


  상사에게 오타를 선사하라!

 

  "옳타구나, 오타구나"

  상사는 기뻐하며, 지적한다.

  오타로 내어주고 보고서 결재를 득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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