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대학생 취업 희망 1순위는 그 당시 조명받는 회사로 뽑힌다. 2000년대 중반 세상의 조명을 받던 STX는 전통의 대기업을 제치고 취업선호도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기존 대기업에 입사하여 부품처럼 소모되기보다, 로켓처럼 성장하는 회사에 올라타 함께 올라가기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조명받았다.
STX는 평사원 출신 강덕수 회장이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하여 사명을 바꾼 뒤 대동조선, 산단에너지, 범양상선을 차례로 인수하며 4년 만에 '선박엔진-조선소-해운회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며 거침없이 성장한다. 그 후 노르웨이 크루즈 선박 건조업체 인수, 중국 다렌에 조선소를 건설하며 해외 진출을 하여 10년 만에 종업원 6만여 명에 매출액 26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STX의 밝은 조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STX는 2014년 그룹 해체를 맞이한다.
불나방이 가로등 조명에 몰려들 듯, 일꾼도 밝은 조명으로 달려든다. 지금 당장 조명받는 회사를 선호하고 현장, 관리 부서보다는 조명받는 기획, 전략, 스마트, 컨설팅이 들어간 부서를 희망한다. 세월이 지나 일꾼은 깨닫게 된다. 조명을 따라 달려가는 것은 일꾼의 불빛을 흐릿하게 하는 것임을. 지금 당장 밝게 빛나는 조명에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날 수 있도록 빛을 모아야 했음을 후회한다. 출근 길. 나를 위한 빛을 한 줌 모은다. 자체발광 내일을 기약한다. 출근 길. 출근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