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를 숫자 놀음으로
1. 사랑이야기
예전에 신혼 부부 모임에 잠깐 참석했던 적이 있다. 결혼하지 오래되어서 연애 세포의 생사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인 줄 알았는데, 남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재미있었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랑 결혼할래 라는 대목에서는 기꺼이 Yes 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하고 하겠다 혹은 절대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 않겠다 라는 말이 나올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 하는 생각이...
모든 부부들이 운명이라는 단어마져 가져다 쓸 수 있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겠지만, 한 두 걸음 떨어져서 보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걸 숫자로 환산하면 평균 결혼 연령,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 등의 이야기들이 등장할 수 있다.
2. 결혼 모델
이번에 새롭게 연구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건드리지 못했던 결혼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해 보게 되었다. 미시적 연구 모델들에 따르면 결혼을 하는 게 이득이 되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이득이라면 하지 않는 결정을 한다. 전형적인 searching and matching 방법론인데, 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모델에서 쓰이는 것들을 문맥만 바꿔서 가져온 것도 있는 것 같다.
3. 목표
출산율이 낮아서 걱정이라고들 한다. 인구경제학 수업들을 때 교수님께서 전통적으로 선진국들이 출산율이 낮아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통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소개해 주셨었다. 지금은 그로부터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고 이 분야에서는 우리 나라가 독보적인 나라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온갖 대책들이 등장하고 있고, 지난 15년간 약 280조 정도를 쏟아 부었다고 한다. 목적은 단순하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
4. 교수님의 제언
학부 꼬꼬마 시절 내가 경제학을 하게 된 이유가 우리 나라 경제를 바로잡고 싶어서였다. 그 때 한 교수님께서 두 가지 조언을 해 주셨는데, 경제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선택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바로잡는다는 게 무엇인지 나부터 이해를 해야 하고, 경제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같이 하는 거라고 하셨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일찍 결혼할 수 있게 해주고, 결혼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게 해주고, 비혼 가족 자녀에게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허락해 주는 것 정도랄까.
이런 목적에서 본다면 경제학 모델도 바뀌어야 한다. 결혼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나이 들면 장성한 아이들을 출가시키는 그런 인생사가 들어있는 모델.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