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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많은 날이 Jan 18. 2023

헌신은 믿음에서부터

인식의 전환

다행이야, 아빠가 된다는 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이 순간 늘 가슴 깊이 품고 있는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것이 생겼다. 바로 나는 아빠다. 두 아이를 책임질 아빠가 된 것이다. 부정할 수 없다. 일을 하면서도 가정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요즈음 가끔 회사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금 나와 같이 육아를 막 시작하는 동료들이 하나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지금은 아빠들의 육아가 당연한 것이며 전심으로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아이들을 키울 때로 키우신 나이 지긋하신 선배님들은 그런 우리들을 보며 헛웃음을 지으시기도 한다. 자기들은 당시 그렇게 가정에 헌신하지 않고 무릇 우리 아버지 세대와 비슷하게 일에 더 매진했었다고.


시대가 지나며 육아의 패러다임도 많이 달라진 거 같다. 지금은 제대로 육참(육아 참여) 하지 않으면 이혼감이라고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일도 정시 퇴근은 둘째치고 야근이 잦은 업무들에 무한정 치여서 살았다면 지금은 무조건 정시퇴근, 그 또한 회사와 집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조기퇴근을 선호하게 되었다.


지금 이미 자연스럽게 육아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 아빠들의 모습을 볼 때 이따금 자랑스러울 때가 있다. 당당하게 육아 휴직을 쓰는 아빠들, 회사 회식보다 가족과의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아빠들.


그만큼 아빠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가정에 소홀해하지 않는 모습이 어쩌면 정말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이전의 가족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없던 애정과 결속력을 더 키우는 길이 아니었을까. 


엄마, 뛰어넘을 수 없는 산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 가족으로부터 조금은 떨어져 내 개인적인 시간을 만들고 싶고 나만의 공간에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가 종종 생길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무언가가 불쑥 올라올 때 끄집어내는 이 있다.


바로 아내감당하는 엄마로서의 무게 말이다.


두 아이를 임신하고 각 열 달 무려 스무 달 그 긴 시간을 혼자 배에 품으며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던(당사자가 가졌을 남자로서 감히 상상도 못 할) 무게감과 책임감 그리고 잘못될 수도 있으리라는 불안감(실제 가까운 분의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 더 그러했다), 적막한 수술실에 혼자 누워 온전한 배를 가르는(첫째 때는 자연분만을 시도했지만 고통은 고통대로 다 겪고 결국 컨디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했다. 이후 둘째 또한 수술로 나았다) 대 수술을 기다리며 느꼈을 공포감과 수술 후 인내해야 하는 그 회복의 시간과 고통, 그리고 첫 육아의 포문을 열고 나보다도 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어야 할 모성애의 치열함과 모유와 같은 몸의 변화로 인한 또 다른 정신적 육체적 고통, 다양한 아이의 기질과 변화에 대해 세심하게 반응하는 엄마로서의 삶의 모습은 나에게 이미 아빠로서 엄마를 뛰어넘지 못할 미지의 산이 만들어졌다고 느껴진다. 그 산은 아빠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산이니 아빠로서 아이들의 양육에 헌신해야 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고 절대로 한눈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아이를 계획함과 동시에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 되었다. 그 운명을 기쁨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빠의 도리이고 또한 아내와의 갈등을 줄이는 길이 된다. 그 끝에 가족의 화목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됐다.


"오빠, 오빠가 내 대신 배에 품어줄래?" 임신 중 우스개소리하듯 지나간 이 말에 내 아내가 겪었을 그 모든 게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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