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힘으로 버티고 대항하는 것
우리 몸의 항상성은 서로 반대의 역할을 하는 집합체로 유지된다. 생물학적인 키워드라 글의 서두에는 조금 진부해서, 너나 할 것 없이 관리하고 있는 혈당 이야기를 빌어보려고 한다. 혈당은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길항작용으로 유지된다. 식후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은 혈관 속 많아진 포도당을 세포에 저장하도록 돕는다. 반면 혈당이 모종의 이유로 낮아졌을 때는, 글루카곤이 간에 저장된 글루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만들고 혈관에 방출한다. 두 개의 작용의 좋고 나쁨을 판별할 수 없다. 단지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스위치처럼 작용해 혈당을 유지하는 일에 힘쓴다. 그렇기에 한쪽 스위치가 고장 나면, 맞물린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게 된다. 혈당 관리의 주요 문제인 인슐린 저항성은, 결론적으로 인슐린 스위치의 고장으로 항상성이 유지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두 스위치가 비슷한 장력으로 버티었을 때, 비로소 균등한 상태가 유지된다. 기저에는 더 복잡한 내용이 덧붙지만, 오늘은 생물학 시간이 아니니 길항작용의 맥락만 내보이고 이만 줄여본다.
나는 길항작용이 비단 몸속뿐 아니라, 한 팀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리더와 팔로워가 팽팽한 관계를 형성했을 때 팀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리더 스위치가 고장 나면, 팔로워들은 저마다의 방향성을 가지고 독립적인 분자로 흩어진다. 그러면 사공이 많은 배가 된다. 산으로만 가면 다행이다. 팔로워 스위치가 고장 나면 팀은 리더의 캐파만큼의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리더가 팀을 이끌고자 하는 혹은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팀은 저절로 해체된다.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팀도 길항의 집합체가 되어야 한다. 먼저는 리더와 팔로워의 상호작용으로 어떤 시스템을 굴러가게 만들 것인지 즉, 어떤 목표를 향해가는지 함께 되새겨야 한다. 목표를 정했다면, 리더와 팔로워가 서로를 끄고 켤 수 있는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팀원이 우선순위를 잃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리더는 적절한 시기에 그를 꺼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리더가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팀원은 그의 발을 멈추고 보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이는 사람의 일이라 생물학적인 작용보다 복잡하다. 이상적인 길항이 팀에서 성립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리더가 팔로워‘들’과 동등한 힘으로 버틸 수 있는 상태일 것. 둘째, 리더와 팔로워가 서로에 대한 민감도를 올려 스위치를 예민하게 작동시킬 것. 첫 번째 조건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리더의 역량보다 팀원들의 역량이 월등하거나, 그 수가 너무 과분할 때는 속절없이 리더 스위치가 고장 난다. 그러니 리더가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팀원으로 들이고, 그 수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미 기울어진 상태라면, 리더는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더 빠르고 성장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조건이 된다.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 각각의 특성을 공감하고 on/off 시점을 예리하게 집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실패를 줄이고 목표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동시에,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가 되며, 이는 동기부여라는 가속페달을 밟게 한다.
업무가 힘든 것보다 사람이 힘들어서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대체로 나와 스위치처럼 일해야 하는 타인과 균형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업무가 원활하지 않았겠다. 나와 동료의 장력이 어떤 상태인지 다시금 새겨본다. 그와는 좀 더 당겨주어야 할지, 그녀와는 조금 느슨하게 만들어주어야 할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