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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파랑새 Feb 12. 2023

문제는 ‘프레임’이야!

참사의 교훈과 안전사회(3) : 소비자제품 안전관리 

가습기살균제참사 이후 정부는 개선책으로 산업부에서 관리하던 공산품의 일부를 환경부에 넘겨주었다. 환경부는 ‘생활화학제품’으로 이를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 프레임은 이 참사를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본다면 어떨까. 가습기살균제는 화학물질이 함유된 ‘생활화학제품’이었지만, 동시에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소비자제품’이었다. 소비자제품을 사용하다가 건강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소비자제품의 안전관리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습기살균제는 참사 이전에는 공산품에 속했다. 당시 공산품을 관리하는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였다. 의약품과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품의 경우는 보건복지부 등 해당 관련 부처에서 관리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제품은 산업부에서 관리했다.      


당시 가습기살균제는 ‘가정용 생활용품’으로 공산품 범주에 속해있었지만, 세부 관리 품목에는 제외되어 있었다. 비관리 품목은 정부의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정부(산업부)의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었다. 기업들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어느 부처에 문의해야 되냐'라고 물었지만, 당시 어느 부처도 책임지지 않았다.   

    

참사 이후 정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약사법에 따라 ‘의약외품’으로 지정했고, 이후 2015년 환경부 소관 제품으로 이관했다. 가습기살균제가 비관리 품목에서 ‘관리 대상 품목’으로 옮겨진 것이다.      


현재는 어떤가. 정부는 ‘제품안전기본법’에 근거하여 ‘제품안전정책협의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품안전정책협의회는 범부처 협의체로써 가습기살균제처럼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문제 될 소지가 있는 비관리 제품에 대해서 소관 부처를 지정하는 권한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부처 간 떠넘기기, 즉 '핑퐁게임'에 대한 방지대책이다.      




그렇다면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비관리 품목의 발견이 '지연'되었을 경우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각 부처는 부처 전문성을 통해 부처 소관 제품을 관리하고 시장 감시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이러한 부처 관리체계는 ‘부처 중심주의’로 인해, 부처 밖 사각지대 감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가능성이 있다. 사각지대 감시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한 이유이다.      


부처관리체계를 '종적인' 감시체계라고 한다면, 부처를 횡단하면서 관리하는 체계, 즉 '횡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상담 과정이나, 병원이나 소방서 등의 응급대응 과정, 혹은 학교와 같은 여러 오프라인 현장의 신고, 또는 온라인 마켓이나 직구 시장 등 새로운 유형의 시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파악하여 소관 부처에 시정을 통보하거나, 제품정책협의회에 통보하여 소관 부처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감시시스템이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고 있는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이다. 말 그대로 소비자들이 특정한 ‘위해(위험) 상황’에 놓일 경우를 감시하는 범부처형 감시시스템으로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 시스템은 한국소비자원에 있는 소비자안전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원이나 소비자안전센터는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위해사건을 다루는 전문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당시에도 이 시스템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해당 참사를 감시하지 못했다.     


소비자원이나 소비자안전센터는 소비자위해감사시스템을 통해 파악된 문제점을 분석하여 각 부처로 전파해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시스템이므로, 소관 법률에 따라 제품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각 부처의 위해감시체계와 잘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원이나 소비자안전센터가 어떤 문제점에 대해 판단하고 개선 조치를 요청하였음에도, 해당 부처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런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원이나 소비자안전센터가 전문기관으로서 소비자 위해 상황에 대한 판단하고 개선조치 권한을 갖도록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 안전에 대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소비자원이나 소비자안전센터가 아닐까. 소비자 입장에서 특정 제품을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별 부처에 연락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일한 소비자 콜센터를 통해 문제를 접수하고, 협조받는 것이 용이하다. 소비자 안전문제가 발생될 경우 신속하게 처리되고 필요한 구제 조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의 위상 강화와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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