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의 교훈과 안전사회(2) :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평가와 개선
가습기살균제는 가정이나 병원 등 일상의 생활공간에서 사용되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노출되었고,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 노약자, 환자 등 건강에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되어 노출된 화학물질은 가습기 물통에서 번식하는 곰팡이나 세균과 같은 유해한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즉 ‘살균’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살균용도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살생물질')은 강한 독성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살생물질을 함유한 '살생물제품'이나 살생물질로 처리된 '살생물처리제품'도 마찬가지이다.(이를 통칭해 관련법에서는 ‘살생물제’로 부른다.)
가습기살균제는 살생물질을 함유한 살생물제품에 해당된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화학물질이 함유된 생활화학제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교훈과 함께, ‘살생물질’과 ‘살생물제품’에 대해서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에 정부는 참사 이후 화학물질 전반을 관리하는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화평법)’을 먼저 도입하였고, 이어서 추가로 살생물제와 살생물제품을 관리하는 ‘화학제품안전법’을 도입했다. 화학제품안전법은 살생물제에 대해서 화평법과 유사한 체계로 관리하지만 화평법 보다 사용허가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설정하였다.
시장 진입의 문턱을 높여서 살생물제와 같은 위험한 물질의 사용을 억제하고, 사용하더라도 관리를 엄격하게 하도록 했다. 덧붙여 화학제품안전법은 살생물제 외에도 위해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이 함유된 '생활화학제품'(법에서는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이라고 칭함)에 대해서도 관리하도록 했다.
유사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 번에 다 관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너무도 많은 화학물질과 생활화학제품들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는 것들과 새로 만들어지는 것들을 다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고, 우선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혹시 모를 위험한 물질이나 제품이 사용될 가능성은 늘 존재하고 있다. 법과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유사 사고가 발생하는 배경이다.
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사전에 신고를 받거나 허가하는 절차를 통해 기업으로부터 물질과 제품에 대한 정보를 받는다. 기업은 정보 제출 의무를 갖는다. 기업은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함으로써 사전 검사와 허가를 받는다. 이는 정부가 기업이 제출한 정보를 토대로 사전 감시를 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는 사후적으로 시장 감시를 통해 기업이 법을 위반하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모니터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표시광고 위반을 감시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허가받지 않은 제품들이 시장에서 유통되는지를 감시한다. 제대로 된 시장감시를 위해서는 시장감시의 전문성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소비자들의 적극적 감시도 필요하다.
참사 이후 정부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각 종 방역물품 사용과정에서 위해물질의 흡입노출 우려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되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되었던 성분이 여전히 다른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화평법이나 화학제품안전법과 같은 법과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관리 공백(사각지대)의 가능성을 우려하며, 추가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흡입 노출 가능성이 높은 제품들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흡입독성의 위험성 때문이다. 흡입독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들에 대해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거나, '제품 등록'을 통해 우선적으로 안전성을 검토받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한다.
화학제품안전법에서 규정하는 것보다 더욱 높은 수준으로 성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된 전 성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분 공개만이 아니라, 제품의 안전성(위해성)을 기업 스스로 검증해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강화하여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낮추자는 요구들이다.(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