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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파랑새 Apr 07. 2023

복잡계 사건, 어떻게 해결하나?

참사의 교훈과 안전사회(9) : 피해자 문제 해결이 갖는 의미

재난 참사 피해자 문제 해결은 어떻게 가능할까. 피해 문제 해결은 원칙적으로 피해자들이 재난 참사 이전과 같은 본래의 삶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피해 회복의 노력을 다해도 재난 참사 이전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 참사 이전의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선언이자 원칙을 의미한다. 이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재난 참사 문제를 바라보고, 피해자들이 중심에 서서 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피해자 중심주의'이고, 피해자들의 인권을 우선하는 것이다.      


재난 참사가 발생하면 법과 제도에 근거하여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다. 더 나아가서 피해자 인권이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원칙에 따라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과 태도는 개별적 배상이나 보상과 같은 해결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가 함께 재난 참사를 기억하고 더 나은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노력을 포함한다.      


우리 사회에서 재난 참사 피해 문제는 어떤 원칙에 따라 해결되고 있을까.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사회 뒤로 숨지 않는가. 혹여 그들의 존재를 우리 사회가 망각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피해자들이 거리에서 싸우고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문제 해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1994년 가습기살균제가 개발된 이후 2011년 8월 31일 해당 참사가 알려질 때까지 무려 17년이 경과했다. 피해 문제는 이 기간 동안 방치되어 왔다. 2011년 8월 정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 질환의 원인이라고 밝힌 후, 피해 문제 해결은 가해기업과 피해자가 알아서 하라고 방치했다. 그 후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이하 피해구제법)이 제정된 것은 2017년이었다. 2017년 8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공식 사과하였다. 다음 날인 8월 9일부터 피해구제법이 시행되었다. 이때부터 정부와 기업이 피해구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994년부터 2017년 8월까지를 기간으로 본다면, 대략 23년 동안 피해 문제가 방치되었다. 2017년 이후 피해구제특별법이 시행되어 정부가 제도적 구제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 구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의 특성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러 가해기업들과 가해제품들이 있다. 오랜 기간 피해가 방치되어 있었다. 피해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다양한 피해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변수와 다양한 제품 사용에 따른 피해 질환을 고려하면 피해 양상은 매우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불이익을 받고, 누가 이익을 누리는 것일까. 이는 너무도 명확하다. 억울한 피해자들이 대거 양산될 수밖에 없고, 가해기업들은 엄청난 면죄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현행 법과 제도로 과거에 발생한 사실에 대해 소급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피해구제에서 명백한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제품 구입 사실과 노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건강피해 규명에 있어서 기존 질환 등의 문제와 구별하여, 특정 건강피해를 규명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하다. 기존 법리적 기준을 가지고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문제를 다루는 데는 너무도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피해문제 해결은 여러 층위를 갖는다. 환경보건 피해사건으로 규정한다면, 건강피해 규명에 대한 복잡성을 갖는 사건이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으로 규정한다면, 대규모 소비자 피해구제 성격을 갖는 사건이다. 다국적 기업에 의한 피해사건이라고 하면, 피해구제에 대한 국제적 분쟁기준을 요구하는 사건이다. 트라우마를 기준으로 본다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 심리를 갖는 이중적 트라우마를 갖는 사건이다. 과거에 묻힌 피해사건이라면 억울한 피해에 대한 사회적 해결을 요구하는 사건이다. 다수의 가해기업과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라면, 복잡한 피해양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사건이다. 

     



이렇듯 가습기살균제참사는 피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복잡한 사건이다.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고,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이 마련되어 제도적인 차원에서 피해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판정대기 상태에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 이들은 판정을 서둘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강피해 규명과 관련하여 법적, 사회적 여러 쟁점과 논란도 있다. 피해자들은 건강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학물질 피해가 야기할 수 있는 미래의 잠재적 건강피해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있다. 


법으로 해결해가고 있는 문제와 여전히 피해구제의 사각지대에 남겨진 문제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더 늦기 전에 피해자 중심주의의 원칙, 인권 우선의 원칙을 갖고 남은 문제들을 해결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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