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만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주 May 07. 2023

일기만세

투싼을 보내며...

오전 9시...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남편이 가자! 한다. 어제 나에게 시댁에 가자!하지 못한 남편은 오늘은 무슨 다짐을 한 것인지 꽤나 당당하다.

그래!어제도 그랬어야지!하며 나는 흔쾌히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아이들 옷을 거실에 던져 놓고 어버이날을 맞아 시댁에 가서 먹을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배민을 훑어 보며 생각한 끝에 남편과의 의견 일치로 초밥을 포장해서 먹기로 결정하고 나도 서둘러 옷을 입었다.


날이 잔뜩 흐리고 부슬비가 내리고 있지만, 나의 기분은 어제와 다르게 날아갈 듯 하다.


전화로 포장 주문한  초밥을 받은 후, 오랜만에 단골 카페에 들러 카페라떼 아이스를 포장해 차안에서 홀짝 거리며 아이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서로 양보를 하며 딸이 좋아하는 뉴진스의 음악을 먼저 듣고, 남편이 좋아하는 90년대 가요를 들은 후, 내가 좋아하는 팝송도 들었다.


도란도란, 재잘재잘, 하하호호.


남편은 나주 남편 부근 내리막길 중간에서 신호를 받고 차를 멈췄다. 그리고 다시 파란불에 출발을 하는데,, 출발하자마자 차 뒷바퀴쪽에서 덜거덕 소리가 났다.

"자기야! 무슨 소리지? 덜거덕 소리 났어. 뭐 밟았나?"

남편은 내리막길을 지나자마자 좌회전을 하면서 차를 가장자리에 세웠다. 좌 우 도로의 정 중앙. 그리고 말했다. 

"차가 시동이 안걸려."

"헉 뭐라고?"

남편의 말을 들은 딸은 갑자기 자신의 옆 차문을 열었다. 남편과 나는 다급하게 "문닫아!"소리를 질렀고 딸 옆에 앉아 있던 나는 안전벨트를 급하게 풀고 손을 뻗어 문을 닫았다. 이때부터 딸은 울기 시작했다.

남편은 차 밖으로 나가 안전을 위해 트렁크문을 열었고, 그제서야 탄 냄새가 차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때 차가 불타오를까 불안해진 아들이 울기 시작했다.


덩달아 불안해진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갓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애 둘을 데리고 차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를 가로 질러 갓길로 가기 위해 애들 손을 잡고 차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아들과 딸은 계속 울부짖고, 내 심장은 벌러덩 거리고 남편은 운전자들이 우릴 못볼까 팔을 휘저으며 차를 이동 시킬 렉카를 부르기 위해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지나는 차가 없는 틈을 타 아들과 딸을 데리고 도로를 급하게 건넜고, 남편은 차 뒤에 서서 전화하랴, 팔 흔들랴 바쁘다.


비는 계속 내리고 바람까지 불기 시작하고 기온도 낮으니 추위에 약한 아이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꼬옥 안은 나의 온 신경은 남편에게 가 있었다. 저기 서서 안전을 위해 팔을 휘젓고 있는 남편. 혹시나 속도 내서 쌩 달리는 차에 사고나지 않을까 불안했다. 멀리서 남편을 바라보니, 가슴 깊은 곳에서 울음이 밀려 올라왔다. 안쓰럽다. 내사람 안쓰럽다. 차 바꾸고 싶다 할 때, 흔쾌히 허락할 것을...결국 내 고집이 일을 냈구나...


몇분이 지난 후 우리는 렉카를 타고 11년생 투싼을 질질 끌고 가까운 카센터에 도착했다. 이후에 남편과 나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투닥투닥 거렸지만, 


우리집 기둥 내 남편 사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만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