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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 랑 Aug 13. 2024

다르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함께 한다는 것







중국 친구는 본인의 의견을 계속 고수했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우리가 더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 국제적인 정세는 이러하다 "라고 말을 해도 그게 먹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중국 친구한테는 본인이 배운 게 맞는 사실일 테니까. 사실 대만과 홍콩 친구는 어느 정도 그런 중국 친구에 대해서 익숙한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게 이해가 가지도 익숙하지도 않았다. 그날 밤 우리의 긴 대화가 끝나고 새벽에 방에 혼자 들어와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 누구에게나 진리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겠구나, 나에게는 당연한 게 다른 누군가에게 아니듯이. 억지로 설득할 수도 그 사람을 변하게 만들 필요도 없겠구나.' 




난 혼자 뭘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추측했던 게 현실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배우는 것이 도대체 누굴 위한 교육인지 아이러니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꺼림칙한 기분이 목을 타고 머리까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교육이라는 탈을 쓰고 사람들에게 거짓된 진실을 알려주는 게 마치 온갖 모순덩어리 같았다. 




이 일이 있고 나서도 우리는 제법 잘 지냈다. 물론 난 가끔 중국 친구를 볼 때마다 그때의 대화가 생각나긴 했지만 우리가 함께 먹고 지내는 데에 아무 지장은 없었다. 그리고 점점 더 상관없어져 갔다. 함께 기숙사에 지내면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지내다 보니 그게 어느 순간 그냥 상관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런 나를 알아채버린 순간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와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누군가와 내가 같이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아채버린 순간말이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과거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나랑 생각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데 어떻게 같이 지내? 그러니까 나랑 같은 점이라고는 그저 이 3차원적인 세계에서 육신을 얻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공부를 위해 영국에 왔다는 것 밖에는 공통점이 없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과 내가 잘 지낼 수 있나? '




생김새도 다르고 받아온 교육도 쓰는 언어도 지금껏 살아오며 경험한 경험치들도 만나온 사람들도 취미도 음식도... 정말 무수한 것들이 다르지만 그래도 같이 지낼 수 있었다. 왜일까. 우리는 왜 같이 지낼 수 있었을까.

룸메이트들과 같이 지내면서 그리고 함께 많은 경험들을 해 보면서 느낀 것은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은 정말로 많고 나와 다른 사람들도 참으로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한 가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어도 공통점보다는 서로 다른 점을 나열하는 게 훨씬 더 쉬운 상황일지라도 서로 공유하는 관심사 하나만 있다면 생각보다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나랑 안 맞는 사람이잖아, 더군다나 가치관도 너무 달라. 문화도 다르고... 뭐 더 볼 게 있나..?'




라는 닫힌 마음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도 배려하는 자세를 갖추며 지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약 1년 하고도 5개월을 같이 지냈다. 상당히 긴 세월이다. 

그동안 나는 그 친구를 직접 경험해 보며 그 친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술을 잘 못 마신다는 것,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중국인인데도 매운 중국 음식을 나보다 못 먹는다는 것 그리고 여린 감성을 가진 순수한 영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가 대만이 중국에 속해있다고 믿는 것보다 그가 여린 마음을 가진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점이 나에게는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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