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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 랑 Jul 09. 2024

난 한국인인데...?



때는 어제저녁이었다. 밥을 부엌에서 한식으로 해결하고 내 방으로 들어오려는데 갑자기 내 옆 방 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순간 너무나 놀라서 내 방 문을 열던 손을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내 옆 방에서 누가 나오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문을 좀 느리게 열면서 옆을 힐끔 보았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 총 나까지 4명이 있는 건 알았지만 그 홍콩 친구와 어제 아침에 알게 대만친구 외에 다른 친구는 아직 보았기 때문이다. 


'오호...' 


누가 나오는지 살짝 보고는 혼자 내적 감탄사를 뱉고 그냥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옆 방 친구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그 친구는 내가 처음 보는 친구였는데 난 그 친구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가 대뜸 나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난 당연히 못 알아들었고 당황한 채 그 친구를 멀뚱 거리며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장면을 목격한 홍콩 친구가 영어로 말했다.


"아 저 친구 한국사람이야~ 중국인 아니라고~" 


" 하..ㅎ하하"


난 멋쩍은 웃음을 짓다가 말했다. 


" 난 한국인이야. "


동시에 내가 속으로 한 생각은 

' 아니... 난 중국인이 아닌데...?? 어떻게 초면에 중국어로 말을 걸지...?.. 내가 중국인인 줄 알았나...? 중국인처럼 생겼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는 다국적 유학생들이 지내는 기숙사인데...? 내가 중국인이 아닌 다른 동아시아인 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는 아무래도 무례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의 국적을 함부로 단정 짓고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에는 아시아인의 외모를 하고 있어도 국적은 절대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건 다른 인종도 똑같다. 그래서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속으로 당황한 나머지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는 당연히... 티 내지 않고 그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친구는 다른 룸메이트들에게 중국어로 뭐라고 말을 하더니 나에게  "쏘리"를 쿨하게 뱉었다. 


알고 보니 룸메이트 세 명은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내 옆 방을 사는 중국인 친구는 나에게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지 않을래?"라고 물어본 것이었다. 물론 이 해설은 홍콩 친구가 해주었다. 덕분에 상황 파악이 된 나는 방금 막 저녁을 먹어서 괜찮다고 맛있게 먹고 오라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뜸 중국어를 선사한 그 중국인 친구가 나에게는 좀 신기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다니는 학교에 중국인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아직 알지 못한 나의 생각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 학교에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어느 정도냐면 소문으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빠지면 학교가 재정적으로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사실 중국인은 어디를 가던 많기에 별 감흥이 없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중국인이 많은 것에 비해 한국인과 일본인의 비율은 아주 적었다. 그래서 아마 중국인들끼리도 동아시아인을 보면 그냥 중국인이라고 생각했을 게 거의 당연했다. 



그리고 후에 모두 다 모였을 때 그 중국인 친구가 나를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으로 본 것이 약간의 이슈 거리가 되었다.  


"어떻게 쟤가 (나를 카르키며) 중국인이야, 딱 봐도 한국인인데..!"


"난 한국인인 거는 긴가민가 했지만 딱 봐도 중국인이 아닌 건 알았다."


라며 대만 친구와 홍콩 친구가 거들어서 말했다. 중국인 친구는 아주 멋쩍은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저 웃고만 있었다. 


'세상 순수한 표정으로 그렇게 보지 말란 말이다 ^^ '


라고 속으로 말하며 그 친구에게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제 와서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중국인 친구가 나를 중국인으로 헷갈려한 것보다 더 신기한 게 하나 있었다. 

한 기숙사에 중국, 홍콩, 대만, 한국 사람이 한 번에 모일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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