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숙사에 체크인(호텔은 아니지만)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아... 이게.. 내 방이구나!!!'
뭐 그렇게 둘러볼게 많지도 않고 딱 있을 것들만 있는 나의 방은 대충 이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싱글 침대, 책상과 의자, 창문과 커튼, 작은 옷장과 넓은 수납장, 거울 그리고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다. 기숙사 방 입구 쪽에 있는 화장실에는 변기, 분리된 샤워부스 그리고 세면대가 아주 깔끔한 상태로 있었다.
'호호오오~ 이 정도면 뭐 괜찮은데~?'
방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생각보다 깨끗한 방 상태에 만족하면서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혹시 모르잖아. 깨끗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찍어놓는 게 낫겠지?'
자동차 단기로 렌트할 때 차량을 받고 나중을 대비해 사진을 찍어놓는 것처럼 난 기숙사 방을 요리조리 사진 찍어두었다. 그러고는 나와 이 유럽, 영국까지 함께한 캐리어 짐들을 풀기 시작했다.
'이제 한 1년은 여기서 지낼 거니까.... 흐음...'
어떻게 하면 짐들을 깔끔하게 잘 정리할까 구상하면서 짐 정리를 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피곤했다. 나의 목적지까지 무사히 잘 왔다는 안도감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아서 잠시 멍을 때리다가 주방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 기숙사는 각자 방과 화장실은 개인으로 쓰고 하나의 큰 주방을 5-6명이서 나눠 쓰는 구조이다. 나는 한국에서 챙겨 온 나의 소중한 식량들을 챙겨 나와 주방 같은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와... 룸메이트를 벌써 만나는 건가...?'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 룸메이트라니!!! 나는 설레는 마음 반 긴장되는 마음 반으로 부엌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갔다. 부엌에는 정확히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동아시아인의 생김새와 함께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밀가루 같은 것을 반죽하고 있었다.
" 어... 안녕~! "
" 오! 안녕, 너 새로 온 친구구나! " (나를 처음 본다는 얼굴로)
" 어 맞아! 방금 막 왔어."
" 너 몇 호실 배정받았어?"
"나 303!!!! 너는?"
"내 방은 301 이야. "
" 오 그렇구나~ 너는? " (나는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친구를 쳐다보며 물었다.)
" 아, 나는 여기 말고 이 빌딩 5층 살아."
(그러자 옆에 있던 301호 방을 쓰는 친구가 말했다.)
" 아 얘는 나랑 이거 만들려고 잠깐 내려왔어."
" 아 그렇구나! 오 그런데 너네는 뭘 만드는 거야...? "
"아 이거 만두! "
그렇다. 그 둘이 열심히 만들고 있던 건 바로 만두였다. 좀 더 대화를 해보니 그들은 홍콩에서 온 이들이었다. 아마도 홍콩식 만두를 만들고 있었던 듯했다. 열심히 반죽하는 걸 보며 대화를 했는데 꽤 요리를 잘하는 듯했다. 우리는 그렇게 통성명을 하고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리고 301호 사는 친구는 나에게 내가 쓸 수 있는 주방 수납장을 친절히 알려주었다. 이미 누군가가 차지한 듯한 수납장들을 보고는 현재 이 기숙사에 몇 명이나 들어와 있냐고 물어보니 나까지 포함해서 4명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소중히 들고 온 나의 라면 및 한국 반찬들을 내 수납장에 차곡차곡 쌓아 넣었다. 착착 정리된 라면들을 보니 저절로 흐뭇했다. 이상하게 지금 이 공간에서 가장 의지가 되는 건 앞으로 적어도 1년 정도 얼굴을 보게 될 룸메이트가 아니라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한국 음식들이었다.
' 안 먹어도 배부르다 이거야...ㅎㅎ'
그렇게 부엌 짐들을 정리하고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왔다. 룸메이트들과 인사도 했겠다. 짐정리는 대충 내일 하고 일단 씻고 침대에 얼른 몸을 눕히고 싶었다. 그렇게 샤워를 최대한 빨리하고 나와서 침대에 누워 한국에 있는 가족 및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고는 나는 기절해 버렸다. 내일이 일요일이라는 게 너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