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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 랑 Jun 25. 2024

마음속 불편한 이질감





자고 일어나니 이제야 좀 제정신인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좀 지난 시간이었다. 


'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지... 시차 때문인가...'


비몽사몽 일어나자마자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가족들에게 온 연락, 친구들에게 온 안부 연락등 많은 메시지들이 와 있었다. 메신저를 확인 한 다음 SNS를 확인해 보았다. 휴대폰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들어가 보는 SNS를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시간이 꽤 흐른 걸 깨달았다. 시간을 다시 확인해 보니 6시가 좀 지난 시간이었다. (누가 그랬었는데... SNS는 "시간 낭비 서비스"라고, 보고 있으면 시간 하나는 정말 잘 간다.) 

내가 쓸 수 있는 24시간 중 벌써 거의 두 시간을 SNS에 써버렸다는 사실에 침대에서 그제야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젯밤에 대충 풀어놓은 짐들이 바닥에 덩그러니 있었다. 마치 얼른 정리해 달라는 듯 어제 모습 그대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뒤꿈치를 들고 대충 짐들을 피해 걸어서 창문이 있는 쪽으로 갔다. 닫혀있는 커튼을 열어보니 바깥 풍경이 보였다. 내 기숙사가 3층이었는데 3층인 거 치고는 하늘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워낙 높은 건물들이 많아 3층이면 하늘을 쉽게 볼 수 있는 층수가 아니었지만 여기는 아니었다. 건물 안에 있어도 3층이면 하늘을 관찰하는데 아무 문제없는 층수였다. 하늘은 새벽에서 이른 아침의 색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채도가 높지 않은 푸르른 색을 바탕으로 주황빛을 도는 색들이 맑게 해를 감싸고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조용히 아침 해가 뜨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제 내가 피곤해서 무시해 버렸던 나의 감정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 조용히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메모장을 열었다. (나에게는 언제부터인가 어떤 감정들이 느껴지거나 무언가 떠오르면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 2022년 2월 27일 일요일 07:04 >



나는 가장 먼저 오늘 날짜와 시간을 적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부터의 나의 여정들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감사하게 느껴졌던 많은 순간들을 그리고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적어내기 시작했다. 적어내며 문득 이게 정말 좋은 상황과 사람들이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그저 긍정적인 시각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려 했던 건지에 대한 혼란이 잠깐 왔지만 '이게 내가 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니까, 그냥 이렇게 생각하자. '라고 스스로 되뇌며 계속 글을 적어냈다. 그렇게 감사했던 점들을 적어내다가 어느덧 나의 마음 한 구석에서 자리 잡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어제부터 묻어두고 있었던 그 감정이 자연스레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부정적 감정의 시작은 아마도 룸메이트를 만나고 나서 인 듯했다. 기숙사 부엌에서 만난 룸메이트를 보며 나와 다르게 이미 이곳 생활에 익숙해져 편안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막 영국에 도착한 나의 모습과 대조되어 이질감이 느껴진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너무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서 그랬던 것일까. 그저 추측 일 뿐이었지만 난 내가 느낀 그 불편함을 글로 쓰며 마주했다. 그리고는 이 상황, 이 기분, 스스로 느끼기에 자연스럽지 못했던 행동, 어딘가 어색한듯한 느낌과 감정들은 그저 내가 다 처음 경험하는 환경이었기에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거라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적었다. 한참 글을 적다가 다시 창 밖을 보니 해는 이미 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기분도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때로는 그저 괜찮아 보였던 상황들의 이면에 이렇게 나도 모르는 감정, 느낌, 기분들이 숨어있는다. 대게는 별 거 아닌 것 같아서 무시하고 쳐다보려 하지 않는 그런 감정들이지만 얕보다가 쌓아두면 결국 언젠가 내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 버리는 그런 감정들 말이다. 그래서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어딘가 불편하다면 내 안을 들여다봐줘야 한다. 그게 더 커지기 전에. 더 커져서 내가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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