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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 랑 Jul 16. 2024

홍콩,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인





생각해 보니 난 정말 웃기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같은 기숙사에 머물 친구들이 누구일까 궁금했었는데 

모이고 보니 홍콩, 중국, 대만에서 온 친구들이었고 거기에 한국인이 한 명 더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이니 생각나는 주제가 하나 있었다. 어쩌면 아주 예민할지도 모르는 그 주제 말이다. 


난 이들의 출신을 홍콩, 대만, 중국이라고 굳이 나누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아마 다 같은 출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차피 다 중국 출신인데 그저 지역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난 다 같은 중국 출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굳이 나누었다. 그들의 출신 국가가 다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예민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룰 수 있었던 그 바탕에는 내 친구들이 모두 오픈 마인드였으며 나와 타인의 의견이 달라도 본인의 의견을 잘 피력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고 그리고 그런 타인의 의견을 잘 들어줄 수 있는 경청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또 나와 누군가의 의견이 상반되더라도 그 사람을 무조건 배척시키지 않는 그런 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에게 꽤 역사적이었던 이 날은 다들 저녁을 먹고 난 후 부엌에서 모였을 때였다. 우리는 대체로 저녁시간이 돼서 부엌에 마치 누가 정한 것처럼 6시나 그쯤 돼서 모이면 각자 요리들을 해 먹으며 얘기를 하거나 하는데 그날도 비슷했다. 각자 저녁을 해 먹고 부엌에서 수다를 떨다가 내가 문득 너무나 궁금해서 꺼내고 싶었던 그 주제를 꺼냈다. (이 말을 꺼냈을 당시에는 중국인 친구는 부엌에 없었다.) 



나는 대만 친구를 보며 말했다.


" 너는 대만이 중국에 속해있다고 말하는 중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나는 이 질문을 그리 무겁게 꺼내지도 눈치를 보며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친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어떤 얘기를 꺼낼지는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 또는 추구하는 태도 등을 알고 싶다면 조금은 예민한 질문을 꺼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민한 주제일수록 그걸 대하는 그 사람의 인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대답했다. 


" 흐음.. 그거 좋은 질문이네." 


라는 말과 함께 그 친구는 본인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대만과 중국은 다른 나라라고.


대만 친구의 대화를 듣고 있는 와중에 중국인 친구가 때마침 부엌으로 들어왔다. 중국인 친구는 우리 모두가 앉아있던 부엌 한 편의 큰 소파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그렇게 홍콩,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인이 모이게 되었고 나는 중국 친구를 보며 대만 친구에게 하였던 똑같은 질문을 하였다. 물론 질문이 조금 간결해지기는 했다. 


" 넌 대만이 중국에 속해있다고 생각해..?"


나의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중국인 친구에게 향했고 난 그 친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은 이때 아주 조금은 긴장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긴장이 아니라 '이 친구가 어떤 대답을 해도 크게 반응하지 말자'라는 다짐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중국인 친구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 대중매체에서 접한 중국은 대만과 홍콩을 차지하려 하고 김치와 한복을 자기네 나라 것이라고 하는 그런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중국인친구의 대답은 크게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중국인 친구는 대만이 중국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을 하였고 그러자 그걸 들은 대만인 친구는 약간 발끈하며 그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왜 지금의 대만이 형성되었는지까지를 대만 친구는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꽤 긴 설명이었지만 아무도 그 대만친구의 말을 크게 자르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 경청했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늘 궁금했었던 문제였기 때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대만 친구가 하던 말을 듣던 중국인 친구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인 친구가 뱉은 첫 한 마디에 난 그 친구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런데 난 학교에서 이렇게 배웠어. 대만은 애초에 중국의 일부분이었다고. 중국에서는 우리 모두가 이렇게 배워. " 


" 그럼 넌 혹시 국제적으로 이 사안이 이슈였는지도 몰랐어?" 

내가 물었다. 


" 응, 몰랐지. "


나는 대만과 중국의 입장을 들었으니 한국의 입장을 얘기해 주었다. 한국이 이 사안에 대해서 직접 무언가를 개입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위치에서 봤을 때 대만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 꽤 많은 국가들이 대만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중국인 친구의 표정은 오묘했다.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말로 잘 표현하고 또 상대방을 경청해 주고도 있었지만 우리의 이견은 하나로 좁혀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하나로 좁혀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중국인 친구의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꽤 강력하게 다가왔다. 더 이상 ' 왜...?'라고 반문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라온 사람에게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그리고 더불어 중국을 향해 가지고 있던 나의 편견이 벗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난 중국인을 좋아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중국 정부를 좋아하지 않아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중국에 대해서라면 긍정적인 뉴스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는 그런 중국을 한쪽 면으로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을 동일시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봤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 매체에서는 그런 뉴스들만 내보낸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어떤 방식으로 봐야 할지는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 가지고 있는 의식 수준과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바라보는 중국과 중국 사람들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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