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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Mar 30. 2024

캐나다에서 뭐 해 먹고 사냐고요?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퇴근 시간 가까워 카톡이 왔다. 요리 잘하시는 분으로 유명한 언니의 콜이다.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가야 한다.  

 


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에게 사달라고 했던 거는 딱 두 가지다. 순대볶음과 포도였다. 

순대는 그냥 음식이 아니라 나에게는 힐링이고 사랑이다. 


어? 요리사 언니가 만드는 순대? 이건 뭔가 스페셜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막창 순대. 내가 캐나다에서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순대는 밴쿠버 남한 산성 막창순대다. 2위는 캘거리 부산식당의 순대고, 이곳 에드먼턴에서 순대가 그리울 때면 뚝배기로 간다. 

하지만 언니의 막창 순대는 밴쿠버 남한 산성의 순대와 비교 불가한 언어더 레베루 그 자체였다.  

 


왠지 언니의 순대와 궁합이 환상적으로 맞을 것 같은 내 파김치, 2주 전에 담은 게 딱 먹기 좋게 익었다. 

한국마트에서 파 18단을 사다가 멸치액젓에 절여 완성했다. 맥주 한 박스와 함께 가져간 파김치를 가져갔다. 오우, 요리사 언니가 파김치 맛있다며 본인의 막창순대보다 내 파김치를 더 많이 드신다. 한 요리하시는 언니에게 인정받은 파김치, 내 어깨가 으쓱 거린다. 



지난주 근무 중 걸려온 교회 권사님의 전화, 몇 시에 퇴근해? 물으신다. 호떡을 그 시간에 맞춰 뜨겁게 구워 놓으신다고 퇴근길에 들려서 가져가라고 하신다. 권사님 집에 들르니 이렇게 따끈한 호떡을 건네주신다. 뒷좌석에 앉은 아들은 집에 가는 동안 벌써 두 개를 먹었다. 귀한 갓 구운 따뜻한 호떡, 옆집 언니네도 또 가까이 사는 남동생네도 식구들 수에 맞춰 나눠 주니 모두의 저녁시간이 행복하다. 


지난 주일, 교회 집사님이 청국장을 띄웠다면서 두 덩어리를 주셨다. 귀한 청국장 한 덩어리는 냉동실에 보관하고, 한 덩어리를 뚝배기에 넣어 잘 익은 김치 송송 썰어 넣고 된장 살짝 풀고 버섯 넣고 무우를 썰어 넣었다. 바글바끌 끓여 새로 한 콩밥에 먹으니 이렇게 구수할 수가 없다.  


아들 고기 좀 먹이고 싶은 주말, 오랜만에 안동찜닭 생각이 난다. 냉동실에 있는 드럼스틱을 꺼내 백종원 찜닭 유튜브 레시피를 따라 찜닭을 만들어 봤다. 뭐 좀 아는 우리 아들, 찜닭에 당면이 들어갔는지 묻는다. 

 


겨울이 무지하게 긴 캐나다 앨버타 에드먼턴에서 우린 이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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