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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Apr 06. 2024

연습이 깡패죠

중년 아줌마의 첼로 도전기 3

중년 아줌마의 첼로 도전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말에 레슨을 시작해 이제 5개월이 지났다.

이젠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제법 부드러워졌고 끽끽 거리는 소리가 많이 줄었다.


매주 토요일 한시, 일주일 동안 연습한 곡을 선생님 앞에서 연주하며 레슨이 진행된다. 선생님 앞에서 연주하면 왠지 긴장돼서 연습 때보다 잘하지 못해 매번 아쉽다. 레슨의 반은 교재에 있는 곡을 연습하고 그 이후에는 선생님이 주시는 악보나 가을에 있을 콘서트 곡을 선생님과 함께 연습한다. 선생님과의 듀엣연주, 그 시간은 나에게 힐링 그 자체이다. 가을 콘서트에서 선생님과의 듀엣연주를 위해 내가 고른 곡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이다. 유튜브에서 듣자마자 이거야 라며 꽂힌 곡이다. 이제 이곡을 연습한 지도 두 달이 훌쩍 넘어가면서 진보가 느껴진다. 비록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두 달 동안 이 정도 진보를 만들어 냈다면 콘서트 때에는 정말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선생님이 나에게 함께 4중주로 연주해 보자며 주신 악보가 있다.

"본향을 향하네"

곡은 매우 유명한 성가곡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성가대로 봉사해 온 나는 이 곡을 눈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곡을 첼로 초짜인 내가 연주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4개 파트 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알토를 두 달 연습하니 어느 정도 선생님과 박자를 맞추어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원래 선생님은 내가 소프라노 파트를 연주해 주기를 원하셨지만 나는 전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웠다. 알토파트를 이제 어느 정도 마스터하니 선생님께서 소프라노 파트를 연주해 볼 것을 다시 권하셨다. 전혀 안될 줄 알았는데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 이게 점점 되어간다. 그리고 기쁜 마음에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다. 선생님의 답변은 간단했다. "연습이 깡패죠"


맞다. 내 노력과 땀이 바로 깡패다.


지난주 선생님과 "본향을 향하네" 곡을 마치고 레슨실을 나오자 바깥에서 우리 연주를 듣고 있던 첼로 3년 차 선배가 깜짝 놀란다. 학생들 중 가장 오래 레슨을 받아온 A일거라 생각했단다. 그런데 시작한 지 얼마안 된 내가 나오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 저는 A가 선생님이랑 연주하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의 대답은 나를 날아오르게 만들었다.

"A보다 이 분이 더 잘해요"


중년 아줌마의 첼로 도전기는 to be continued....

  

지난 12월 영하 40도 추위에 열린 우리의 첫 번째 콘서트, 내가 첫 번째 연주자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중년 아줌마의 첼로 도전기 2

중년 아줌마의 첼로 도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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