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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un 02. 2024

소름 끼치는 손님

심장이 약한 분은 보지 마세요

잦은 비와 낮은 온도로 이곳의 봄은 늦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때가 되면 앙상한 나무에 잎이 돋고 꽃이 핀다. 


오늘은 6월의 첫날,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요일이다. 

파란 하늘에 따뜻한 햇살의 완벽한 날씨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공도 잘 맞는다. 


콩국수로 점심을 먹고 뒷마당에 잠깐 나가본다. 

어떤 봄 손님들이 우리 뒷마당에 찾아왔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고 싶었다. 


꺄악~ 

으악~ 

여보~ 

뱀 한 마리가 양지바른 정원 한가운데에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Garter Snake.


5년 전에 이 집에 이사 와서 며칠 후 뒷마당에서 뱀을 발견했었다. 층층이 돌을 쌓아 조경을 해 놓은 뒷마당은 보기엔 아름답지만, 돌 사이사이의 구멍은 뱀이 몸을 숨기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뱀을 죽이지 않고 쫓아 보내기 위해 옆집 아저씨들과 합동 작전을 펼쳐, 뱀을 펜스 바깥으로 몰아내는 데 성공했었다. 하지만 내 집은 여기라며 뱀은 유턴을 해서 우리 집 펜스를 통과해 재빨리 돌 사이로 숨어 버렸다. 고마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이놈을 잡았다. 이놈이 우리 집에 사는 처음이자 마지막 홀아비 뱀이었기를 우린 간절히 바랐고, 지난 5년간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다른 놈이 나타났다. 

그놈과 똑같이 생겼다. 까만 바탕에 노란 줄. 

따땃하게 덥혀진 벽돌 위에서 일자로 누워 광합성 중이었다. 

또 머리를 치켜들고 주변을 살펴보기도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하필 남편은 돌돌이와 산책을 나가고 집에 없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떨어지지 않는 발을 간신히 움직여 아들을 부르러 간 사이 그놈은 사라지고 없었다. 


사실 나는 이번 주말, 우리 앞뒷마당에 핀 봄꽃들을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올릴 계획이었다. 예쁜 꽃 사진도 찍어서 함께. 


모든 계획은 무산되었다. 

너무 괴롭다. 

우리 집은 야생의 끝판왕 (동물의 왕국 2023-02-28)이다. 


5년 전 제거됐던 그놈이다. 지금 우리 뒷마당에 있는 놈이 딱 저렇게 생겼다. 아~ 소름 


너무 평화로운 저곳에 그놈이 기어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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