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년에 두세 번, 이곳 에드먼턴에 사는 막내 이모와 함께 밴쿠버의 둘째 이모네로 콧바람을 쐬러 간다. 주로 12월 초와 4월에 찾는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매서운 추위를 잠시 피해 여전히 푸르른 밴쿠버의 촉촉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다. 4월에는 지긋지긋한 겨울의 끝자락을 벗어나,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밴쿠버의 봄과 체리블러섬을 보기 위해 떠난다. 그렇게 밴쿠버의 봄을 한 번 맛보고 돌아오면, 몇 주 뒤 이곳 겨울왕국에도 드디어 초록 잎이 돋아난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또 부담 없이 밴쿠버를 찾을 수 있는 건 늘 명랑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막내 이모 덕분이고, 언제나 두 팔 벌려 맞아주는 둘째 이모와 이모부 덕분이다. 둘째 이모네 24층 펜트하우스에서는 산과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에드먼턴에서부터 머릿속에 맴돌던 유부초밥 스시, 남한산성 막창 순대국밥, 그리고 둘째 이모의 손맛이 가득한 집밥—이번엔 갈비탕과 잘 익은 파김치가 단연 최고였다—이 입을 호사롭게 해 주었다.
내가 밴쿠버에 오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한인이 운영하는 찜질방이다. 뜨거운 물에 푹 몸을 담그고, 습식 사우나에서 시원한 수건 한 장 얼굴에 올린 채 땀을 빼고, 묵은 때를 벗겨 내고, 소금방에서 목침을 베고 누우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입장료가 25달러에서 35달러로 크게 올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must-go 스팟이다.
다리 종양 제거 수술로 뒷다리 하나를 잃은 사촌동생의 반려견 몰리와의 재회는 마음을 아리게 했지만, 세 다리에 익숙해져 다시 뛰기까지 한다는 말에 안도하며, 나는 몰리를 꼭 안아주었다.
요리에 관해선 누구보다 자신 있는 둘째 이모의 레시피 전수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지난 여행을 통해 나는 에드먼턴 제일가는 양념게장과 양배추물김치 장인으로 거듭났다. 이번에는 코스코 갈비로 만드는 갈비탕, 와플 기계로 굽는 붕어빵, 도토리묵과 양념장, 밥알이 살아 있는 고추장 멸치볶음 유부초밥까지—살림하는 우리에겐 보물 같은 정보들을 전수해 왔다.
타고난 피부에 꾸준한 관리까지 더해 언제나 윤기가 흐르고 촉촉한 둘째 이모의 피부관리 비법도 아낌없이 나눠주셨다. 집에서 만드는 화장품 팁까지 들으며, 나도 이렇게 나이 들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만히 품었다. 건조한 에드먼턴에서 노화를 늦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었다.
주일 예배에서는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 나는 나와 조금만 달라도 금세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건 아닌지, 그 모습을 조용히 회개했다.
In essentials, Unity.
In non-essentials, Charity.
In all things, Jesus Christ.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다운타운에 잠시 내려 MUJI 매장에 들렀다. 에드먼턴에는 없는 곳이라, 아들이 부탁한 학용품들을 챙겨 선물해 주니 무척 좋아했다.
왕복 117달러 항공티켓. 값은 저렴했지만, 3박 4일의 시간은 쉼과 회복, 즐거움과 웃음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