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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Feb 12. 2024

남편의 부캐는 핸디맨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남편은 대학 때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는 반도체 Cleaning 장비 개발 회사에서 일을 했다. 이곳 캐나다에 온 후, 우연찮은 기회에 은행에 취직이 되었고 지금은 비즈니스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단 집을 손봐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아파트 공동 주택에서 생활했고 또 어쩌다 서비스가 필요할 때에는 전화 한 통이면 너무 좋은 서비스를 빠르고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 캐나다에서는 더군다나 주택에 살기 위해서는 남자는 핸디맨이 되어야 한다. 손볼 곳은 끝이 없고, 서비스를 부르면 한참 기다려야 하고,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너무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Plumber 서비스를 부르면 Plumber가 사무실을 출발하는 시간부터 charge를 하며 시간당 80달러의 비용을 부과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2000년에 지어졌으니 24년 된 집이다. 여기저기 손볼 곳이 끝도 없이 발생한다. 새집은 새집대로 또 오래된 집은 오래됐기 때문에 손이 가야 하는 곳이 많다. 여기를 고치고 나면 저기가 말썽이고, 저기를 고치고 돌아서면 또 다른 곳이 손을 봐 달라한다. 남편이 직접 집안을 수리하는 일은 한국에서는 전혀 해 보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 캐나다에서 그것도 주택에서 살기 위해서는 왠만한 수리는 집주인 스스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는 설거지를 하던 남편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단다. 어떻게 설거지를 하면서 물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는지 신기하다. 아래 싱크대를 여니 위에 faucet 틈으로 물이 새서 그게 아래 배관 쪽으로 뚝뚝 떨어지는 걸 발견했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코스코에 가서 새로운 faucet으로 교체해 와서 수리를 해 놓았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작년과 올해 자기가 손 본 목록들을 좌악 적어서 나에게 카톡을 보내놨다.   


남편이 최근 6개월 동안 손 본 집안팎 리스트다.


핸디맨 남편을 둔 나는 정말 행운이다. 뭔가 고장이 나도 남편이 싹 다 고쳐줄 것이기 때문이다.

 - 극강 추위에 항상 문제가 되는 가라지 도어를 나가서 바로 수리해 버리는 남편

 -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데를 설치해 달라는 와이프의 한마디에 그날 저녁 바로 비데를 사서 설치해 주는 남편

 - 옷이 너무 많이 걸려 있어 closet 브래킷이 파손된 shelf, 수리와 와이프 옷까지 정리해 놓은 남편

 - 뒷마당 오래된 데크를 새 걸로 변신시켜 놓는 남편

 - 나무들 가지치기며 잔디 관리를 전문가보다 더 잘하는 남편


남편의 터치에 데크가 완전 새 걸로 변했다.


남편의 부캐는 핸디맨 킴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여보, 고마워~


데크 수리 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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