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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Feb 19. 2024

캐나다 록키 겨울 하이킹

Ha Ling Peak & Miner's Peak

금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캘거리로 출발, 하룻밤 머물고 아침 일찍 캔모어(Canmore)로 향했다.

지난 10월 Onion Peak 하이킹 이후, 네 달만의 하이킹이다.

겨울 내내 근질근질했던 몸, 하루 일과를 쪼개가며 걷고 달리며 관리한 몸, 오늘 하루 맘껏 산에 오르자~


Date: 2024년 2월 17일

Length: 왕복 7.4km (Miner's Peak도 찍고 내려왔으니 2.5km를 더 추가하면 10km 코스)

Elevation: 754 metre


Ha Ling Peak는 캔모어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킹 코스 중 하나다. 겨울에는 등산객이 많아 등산로의 눈이 잘 다져져 있는 안전한 코스다.


Ha Ling Peak는 1896년 Canadian Pacific Railroad 공사가 이곳에 한창일 때 중국인 요리사가 동료들과 50불을 걸고 10시간 안에 산 꼭대기에 깃발을 꽂고 오는 내기를 했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출발한 이 중국인 요리사는 꼭대기에 깃발을 꽂고 점심시간쯤 돌아왔지만 아무도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한번 산에 올랐고 더 큰 깃발을 다시 꽂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깃발은 캔모어 시내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따라 Ha Ling 피크로 불리고 있다.  


나에게는 이번이 세 번째 Ha Ling 등반이다. 2012년 2월에 남편이랑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이곳에 올랐었다. 등산로 입구에 "bear warning" 사인을 보고, 행여나 곰이 나타날까 봐 조마조마 산을 올랐었다. 사실 이곳은 등산객이 많은 곳이라 곰들을 위해 "사람 조심" 사인이 필요한 곳이란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가파른 길에 힘들었던 영진이와 나는 peak 오르는 걸 포기하고 ridge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그때 ridge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peak에 오르는 남편을 내가 찍었다.   

저 검은 점이 남편이다.


그리고 2021년 3월에 일출을 보기 위해 두번째로 올랐다. 새벽 4시쯤 호텔을 출발해 헤드렌턴을 끼고 깜깜한 등산로에 올랐다. 그땐 우리가 똘아이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우리 같은 똘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ridge에서 엄청난 추위 속에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잊지 못할 일출을 보고 내려왔다.  

어둠 속 산행은 어렵지 않았지만 바람과 추위가 너무 매서웠다.


보통 사람들에겐 이곳은 challenging 하이킹 코스다. 하지만 하이킹을 꽤 해 온 나에게 이제 Ha Ling은 쉬운 코스다. 다행히 경사가 가파른 곳들이 얼음이 아니라 눈으로 덮여 있어 겨울 산행이라도 더 수월하고 차라리 안전하다.

저 경사를 오르는 점.. 점...으로 보이는 등산객들이 보이는가?


 Canmore 시내다. 왼쪽 아래 넓게 하얗게 펼쳐진 곳이 Canmore Nordic Centre다. 지난 주말 크로스컨트리 FIS 월드컵이 열렸다.  


Ha Ling Peak를 찍고 Ridge를 걸어 건너편 Miner's Peak로 향한다.


Miner's Peak에서 앞서 이곳에 오른 남자 등산객이 찍어줬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잠바를 입고 갔다. 바람에 대비해 빨간 스키바지를 가방 속에 넣어갔으나 이상하리만큼 바람이 불지 않았던 따뜻한 날이었다.  


 Miner's Peak에 먼저 도착한 남자 등산객 두 명, 사진 촬영이 멈추질 않는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나와 친구의 사진을 멋지게, 아니 아주 멋지게 담아 주었다.


파란 하늘에 따뜻한 햇살, 그리고 항상 이곳에서 만났던 무서운 바람이 잠시 외출 나간 너무 완벽한 날씨였다.


Ha Ling Peak에서 스낵을 먹고 쉬며 하산을 준비하는 등산객들이다. 따뜻한 햇살아래 봄바람 같은 산들바람에 힐링 가득이다.   


이번에 아주 도움이 되는 하이킹 스킬을 배웠다. 경사가 심한 미끄러운 (눈이나 자갈이 쌓여) 코스는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 그럴 때는 뒤꿈치에 힘을 주어 찍으며 뛰듯 내려오는 것이다. 친구의 조언으로 나는 눈 쌓인 경사로를 다람쥐처럼 빨리 그리고 힘들이지 않고 내려올 수 있었다.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옆으로 비켜주며 나의 스텝에 감탄을 했다.  


겨울이 가기 전 만나고 온 록키, 봄까지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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