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설원에서 4편-
침묵의 방출(放出)
-안데스 설원에서 연작시 4편-
어느 순간
숨이 가쁜 줄도 모르고
나는 멈춰 서 있었다.
눈부신 것은
하늘도
설원도 아니었다.
내 안에서
꽉 막혀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침묵의 방출.
견디느라
꽉 쥐고 있던 것들,
숱한 질문을 삼킨 말들,
참느라 굳어 있던 감정들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가슴이 환해졌다.
울지 않았는데
속이 씻겼다.
바람결이 다르고
체감 기온이 달라
눈을 떠 보니
내 방 침실이었다.
긴 밤 내내
나는 안데스 산맥을
오르고 있었나 보다.
현관문을 열었다.
여전히 수신 불가였던 택배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조심스레 테이프를 뜯었더니
밤내 울고 있던 나의 하루가
벅차게
내 품안으로 안겼다.
상자 밑바닥에 메모지가 보였다.
‘살아간다는 건
생을 짊어지는 게 아니라 껴안는 일이다.’
가슴을 억누르던 묵직한
그 어떤 것이
소르르 빠져나갔다.
이유도 모르고
밤내 올랐던
안데스 산맥 중턱에
걸쳐 있었던
나의 숨결이 돌아왔다.
버겁게 숨을 쉬던 나는
평온한 결을 찾았다.
이제는
숨이
먼저 앞질러 가서
나의 하루를 이끌고
나는
여전히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 속을
자박자박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