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기억의 감성 테마시
과거로 가는 쾌속 열차
우리의 언어에는
과거로 가는 쾌속 열차가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금지된 단어 하나가
불현듯 입 밖으로 떨어지는 순간,
기억의 어두운 플랫폼에서
제어되지 않는 속도로
열차 하나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그 열차는
어마어마한 구심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겨 태운 뒤,
눈 한번 깜박일 사이
까마득한 과거의
어느 지점에 내려놓는다.
그곳은
갈망의 씨앗이 뿌려졌으나
끝내 뿌리내리지 못한 자리,
기도가 땅에 닿아
눈물의 바다로 흘러가 버린 곳이다.
기원의 다리가 무너진 채
하늘마저 숨을 고르고 있던 곳,
생명이 스러지던 순간의
공기가 아직 남아 있는 곳이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무언가 남아 있을지 몰라
생의 잔해를 뒤적이며.
그러나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다만
빈 손을 내밀고 있는
또 다른 빈 손을 만나
서로를 알아보며
따뜻함을 나누는 순간,
열차는 다시
소리 없이 도착해
우리를 태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오늘로 되돌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