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골짜기에서 치유의 숲으로

치유. 회복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오랜 시간,

나는 상실의 골짜기에서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을 맞았다.


새벽이면,

별들이 끝내 삼키지 못한 눈물들이

어둠 속으로 뚝뚝 떨어졌고,

나는 그 빛물을 들이켜

목마른 마음을 겨우 적셨다.


예고 없이 내려앉은 무거운 짐이

어깨를 짓누르고,

뜻하지 않은 비애가

나를 흔들어 놓았지만,


바람에 휘청일지라도

내 생을 꺾어 놓지는 못했다.


그늘 아래서는

빛을 기다리는 법을 배웠고,

빛이 오지 않는 날에는

스스로 작은 불씨가 되어

내 안을 조용히 비추는 법을 알게 되었다.


상실은,

어쩌면 내 깊이를 들여다보라고

슬며시 열어놓은 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둠을 통과해 온 자리마다

희미한 이끼가 돋고,

새잎 하나가 조용히 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낡은 마음의 껍질을 벗기고,

언어의 잎을 하나둘 틔우며

내 안의 숲을 기른다.


바람이 결을 바꾸는 저녁,

상실의 골짜기는 어느새

치유의 숲이 되어

푸른 숨결을 뿜어내고,


나는 그 숨결 속에서

비로소 나를 다시

조용히 만나고 있었다.



이전 12화 미래로 가는 쾌속 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