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곁에 다시 서고 싶다

치유. 회복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그대 곁에 다시 서고 싶다


몇 천 년을

지층 아래에서

지글지글 끓고만 있던 열기가

마침내

지표를 밀어 올리듯


그대를 향해

긴 세월 인내하던 내 마음이

한순간,

스치듯 전해진

그대의 따뜻한 손길에

용암이 되어

흘러나왔다.


뜨거운 열기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불렀다.


그대는,

옆에 있지 않아도

늘 곁에 있었고

멀리 있어도

다정한 온기로

날마다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대의 온기로

나는

울창한 나무가 되어

가지를 뻗어 하늘을 우러렀고

땅속 깊이 수맥을 찾아

뿌리를 내리며

마르지 않는 숨결을 가졌다.


나의 기쁨과 감사는

날개를 달고

푸른 창공을 누볐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응답은 사라졌고

온기는

말보다 먼저 식어

그대는

이름을 부를수록

더 멀어지는

침묵이 되었다.


이유도 모른 채

안개 속을 걸어

다른 세계로

스며들듯 사라진 그대.


내가 서 있던 세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나는

균열이 일어난 지도를

오랫동안 응시하였다.


버려진 표지판,

남아 있는 질문들,

어디에도 닿지 않는

나의 목소리.


질문 속에 갇힌 채

긴 시간 나는

방향을 잃고

그 자리만 돌고 있었다.


닳아진 무릎이

부서진 후에야

나는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부재의 고통을

홀로 견디는 법을

알게 되었을 때야

침묵이 말을 걸면서 내게 왔다.


그대는

내가 무너지며 지나온

모든 골짜기의 낮은 곳에서

언제나

조용히 서 있었다.


이제 나는

눈을 들어

그대 곁에 선다.


맹목이 아니라

각성의 자세로.

의존이 아니라

자존의 눈부신 의지로


그대 곁에

당당히 다시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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