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단어를 낚는 아침

회복. 재생의 감성의 언어

by 정하

항상 허기졌던

나의 식탁에는


쉬어빠진 김치조각 하나,

말라비틀어진 멸치볶음 하나 없이


활자화되지 못한

단어와 문장 나부랭이들만

먼지 속에서 길을 잃은 채

부유하고 있었다.


시나브로 침침해진 눈은

돋보기가 없으면

날아다니는 단어를 잡지 못하고,


터널증후군에 갇힌 손목은

어두운 동굴 속 문장을

끝내 끌어올리지 못했다.


허기진 배를 쥐고

나는 하루 종일

단어를 낚고

문장을 건지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날것의 식재료로

살아 있는 문장을 요리하고픈 욕망은

날이 갈수록 절실해져,


오래도록

빈 찌를 드리운 끝에—


오늘, 드디어

팔딱이는 은빛 단어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감동 위에 올려놓고
칼끝으로 지느러미를 다듬어
길다란 접시에 포를 떠 펼쳐두었다.

접시에 놓인
신선한 회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허기는
서정의 멜로디로 천천히 채워지고,

아침 햇살은
스푼 위에서
발랄한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