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낚는 어부

회복 치유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시를 낚는 어부


뜨거웠던 열정과 자신감은

세월의 그물에 걸리고,


표표히 떠날 수 있던 자유는

그물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와

어느새 나의 길벗이 되었다.


안개 낀 침엽수림,

윤슬이 이는 연못,

정적 사이로

바람이 차분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세월이 허락한 물가에서

나는 조용히

그물을 던져 언어를 낚는다.


언어의 물고기는 좀처럼 잡히지 않아

빈 바람만 건져 올릴 때가 많지만,


어떤 날엔

솔바람을 타고 건너온 햇살이

은빛 이미지를 살포시 던져

물결을 간질일 때,


나는 심해까지 내려가

오래 잠들어 있던 말들을 깨워

어망에 조용히 담아 올라온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은빛 지느러미와 꼬리를 가진

맑은 언어들이


내 머릿속을

헤엄치는 대왕고래를 따라

반짝이는 빛물살을 타고

넉넉한 대양을

유유히 노닌다.


나는

대왕고래도 잠시 쉬어가는

암초에 앉아 있다가,


은빛 언어의 자유로운 유영을 따라

파도의 하얀 이랑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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