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부딪치는 두 세계

유머 .신뢰.재생의 감성 언어

by 정하


우리 집에는
문과생 엄마와
직장에 다니는 이과생 두 자녀가 산다.

문과생 엄마는
새벽이 퍼올린 두레박에서
은어 같은 시어(詩語)를 건져
밥을 짓고,

창문을 열어
아침이 배송해 준
싱싱한 자연의 속삭임으로
반찬을 만든다.

이과생 아이들은
알람 우는 시각에 맞춰 일어나
휴대폰 속
간밤의 해외 지수와 환율을 보며
사칙연산의 회로를 부지런히 굴린다.

“오늘의 챠트는 어떤 모양일까?”
그들의 계산은 늘 미래의 그래프를 향한다.

그러다 식탁에 앉으면
문과와 이과의 세계가
언어의 그릇 위에서 충돌한다.

복리 효과로 생겨난 플러스는
엄마가 정성껏 압력솥에 지어낸 시어에까지 튀어
밥그릇에는
은유가 갑자기 증식하고

간밤 주식 등락으로
반찬은
파랗게 질렸다가
때로 빨갛게 우쭐대기도 한다.

충돌이 있어도
우주의 평화는
밥 한 그릇에 있어
우리 집의 아침 식탁은
따뜻하다.

숫자로 삶을 예측하는 사람들과
시로 하루를 끓이는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
배당과 은유, 그래프와 은빛 새벽을
숟가락으로 같이 떠먹는다는 건,

우리 집이
사랑의 구심력,
그리고 서로를 밀어 올리는
신뢰의 원심력으로
조용히 돌아가는 작은 우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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