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시의 커피는 아직도 나를 부른다

일상. 유머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열 시의 커피는 아직도 나를 부른다


오전 열 시가 되면

내 몸 어딘가에서

은밀한 신호가 타전된다.


“땡—

커피 타임입니다.”


한때의 나는

1교시가 끝나는 무렵이면

카페인을 호출하는 몸이었다.


그건

매혹적인 향을 즐기던

DNA에 깊이 각인된 기억,

후각은 아직도

그 시절 믹스커피의 향을 안다.


커피는

열심히 살던 날들의 향기였다.

수업과 교재 연구,

학생 상담과 공문서 사이에서

집중과 책임을

한 잔에 타 마시던

빛나던 노동의 증거.


그러나 요즘의 몸은

타협하지 않는 보수적인 감찰관처럼 말한다.


“카페인?

안 됩니다.

오늘 밤 불면, 초과근무 들어갑니다.”


그래도

열 시의 햇살은 지나치게 매혹적이고

실내의 공기는 상큼해

햇살과 바람이

왈츠를 출 것만 같은 날,


원두커피의 향이

나를 감싸고 돌면

나는 잠시

과거의 나와 악수한다.


“딱 한 잔만.”


아,

이 고소한 이율배반.

입안에서는 짜릿한 전율이 일고

몸은 카페인과 불협화음을 준비한다.


밤이 되자

불면은 숙면의 커튼을 올리고

야간 당직 출근부에 도장을 찍는다.


“부르셨죠?”

“아뇨…”

“오늘 아침 열 시, 기억하시죠?”


그날 밤

나는 침대 위에서

생각을 커피처럼 진하게 우려

서서히 들이킨다.


열 시의 커피는

각성의 음료가 아니라

밤을 예약하는 음료라는 걸.


그래도

나는 안다.

언어의 잔향이 슬며시 꼬리를 내미는

내일 열 시가 되면

다시 흔들릴 거라는 걸.


커피는 여전히

너무나 매혹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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