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일상의 테마시
자울자울
눈꺼풀이 무거워
불을 끄고 누운 순간,
방 안 어딘가에서
솔바람이 먼저 깨어났다.
쏴아—
그 소리에 이끌리듯
사물들이 하나씩
천천히 제 몸을 일으켰다.
오랜 냉장고는
등 굽은 허리를 펴며
“이제 좀 쉬고 싶다…”
길게 푸념을 뱉고,
책장 속 책들은
내가 읽다 만 페이지를
스스로 펼쳐
웅얼웅얼
낡은 구절을 되뇌었다.
낡은 의자는
삐걱—
다리를 스트레칭하며
잠들지 못하는 나를 향해
작게 인사를 건넸고,
어둠을 먹고 사는 먼지들은
밤의 기운을 담아
푸짐한 만찬을 차렸다.
잠들지 못한 꽃 한 송이는
살아나는 어둠의 세상이
연주하는 멜로디에
미세한 향을 흩뿌리고
그 향 끝에서
작은 요정이 눈을 뜨더니
내 눈 속 반짝이는 숨을 끌어내어
나를 밤의 무대로 이끌었다.
그리하여,
잠들지 못한 나의 방은
어느새
은은한 솔바람과
사물들의 느린 춤으로
새벽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