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유머 감성의 테마시
달빛 우체국
오늘 밤,
내 침상 위로
불면의 커튼이 조용히 내려졌다.
나는 살며시 커튼을 젖히고
창가로 다가갔다.
그 순간,
구름 뒤에서 달이 머뭇머뭇 고개를 내밀더니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혹시 편지 하나 맡기실래요?”
“편지요?”
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사람들이 밤마다
말하지 못하고 끙끙대는 마음들을
저에게 보내거든요.
전 그걸 모아
‘달의 비밀 우체국’에 보관해요.”
주변을 둘러보니
은빛 명찰을 달고 있는 작은 별들이
부지런히 달 주위를 돌며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가장 작은 별이 다가와
고사리손 같은 빛을 흔들며 말했다.
“정하 님 마음도
저희가 접수해 드릴까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책상을 바라보았다.
자판기 위에는 글자와 단어들이
문장이 되지 못한 채
와글와글 뒤엉켜 있었다.
“아직 편지가 될 만큼
정리가 안 됐는데…”
작은 별이 사뿐히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정리 안 된 마음이
우주 우선 배송이에요.
얽힌 마음은
우주가 먼저 풀어줘야 하거든요.”
그 말에
내 마음 어딘가 닫혀 있던 서랍 하나가
살포시 열렸다.
나는
서랍 속에 숨 죽이고 있던
풀리지 않은 마음 한 조각을 꺼내
조심스레 달에게 건넸다.
달은 그것을 받아
자신의 품에 넣으며 말했다.
“이 편지는
새벽바람에 실어서
정하 님의 내일로
부드럽게 배달할게요.”
그 순간,
주변의 작은 별들이 손을 맞잡고 원을 그렸다.
“오늘 마음도,
내일 마음도—
우리가 잘 간직할게요.”
어스레한
어딘가에서
조용히 축포 소리가 터지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의 풀리지 않던 마음들이
우주의 멜로디가 되어
은하수를 따라 흘러 흘러가다
어느 결에 내 머리맡에 닿았다.
마침내,
내 눈꺼플 위로
부드러운 숙면의 커튼이
차르르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