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환상곡 3

일상. 유머 감성의 테마시

by 정하

달빛 우체국


오늘 밤,

내 침상 위로

불면의 커튼이 조용히 내려졌다.


나는 살며시 커튼을 젖히고

창가로 다가갔다.


그 순간,

구름 뒤에서 달이 머뭇머뭇 고개를 내밀더니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혹시 편지 하나 맡기실래요?”


“편지요?”


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사람들이 밤마다

말하지 못하고 끙끙대는 마음들을

저에게 보내거든요.

전 그걸 모아

‘달의 비밀 우체국’에 보관해요.”


주변을 둘러보니

은빛 명찰을 달고 있는 작은 별들이

부지런히 달 주위를 돌며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가장 작은 별이 다가와

고사리손 같은 빛을 흔들며 말했다.


“정하 님 마음도

저희가 접수해 드릴까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책상을 바라보았다.

자판기 위에는 글자와 단어들이

문장이 되지 못한 채

와글와글 뒤엉켜 있었다.


“아직 편지가 될 만큼

정리가 안 됐는데…”


작은 별이 사뿐히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정리 안 된 마음이

우주 우선 배송이에요.

얽힌 마음은

우주가 먼저 풀어줘야 하거든요.”


그 말에

내 마음 어딘가 닫혀 있던 서랍 하나가

살포시 열렸다.


나는

서랍 속에 숨 죽이고 있던

풀리지 않은 마음 한 조각을 꺼내

조심스레 달에게 건넸다.


달은 그것을 받아

자신의 품에 넣으며 말했다.


“이 편지는

새벽바람에 실어서

정하 님의 내일로

부드럽게 배달할게요.”


그 순간,

주변의 작은 별들이 손을 맞잡고 원을 그렸다.


“오늘 마음도,

내일 마음도—

우리가 잘 간직할게요.”


어스레한

어딘가에서

조용히 축포 소리가 터지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의 풀리지 않던 마음들이

우주의 멜로디가 되어

은하수를 따라 흘러 흘러가다

어느 결에 내 머리맡에 닿았다.


마침내,

내 눈꺼플 위로

부드러운 숙면의 커튼이

차르르 내려왔다.


이전 06화 밤의 환상곡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