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교향곡 in C major

일상. 유머 감성 테마시

by 정하

살림 교향곡 in C major

며칠 여행을 다녀와
늦은 밤에야 집에 도착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뿌옇게 떠돌던 먼지들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다.

“정하 님, 오셨어요?
우리 목 빠지게 기다렸는데.”

빨래통에는 넘치는 빨래가
작은 산을 이루고
내던져진 빨래감은 등산객이 되어

하얀 손을 흔들고 있다.

“정상은 아직 멀었지만…
스틱 없이도 가능!”

싱크대 안 빈 그릇들은
딱, 딱—
자기들끼리 리듬을 맞췄다.

“오늘 ‘빈 그릇의 난(亂)’
들어가도 됨?”

거실의 잡동사니들은
내가 없는 동안
난리 블루스를 치다
지쳐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내가 이마를 짚으며

“어질러진 와중에도 나름의 질서는 있었는데…
이건 대혼돈의 카오스야.”

한숨을 쉬었다.

그때—
내가 손끝으로 블루투스를 켜자
갇혀 있던 선율이
미끄러지듯 흘러나와
오른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인사를 했다.

“여러분, 안녕!”

먼지떨이개는 즉시
클래식 바이올린 악장처럼
자세를 고쳐 잡았다.

“자, 시작합니다!
살림 교향곡 in C major!”

무선청소기는
트럼펫처럼 종횡무진 팡팡,
걸레는 발레리나처럼
미끄러지며 회전했다.

잡동사니들은 일렬로 서서
각자의 자리로 행진했고,
싱크대에서는
콸콸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그릇들이 몸을 씻으며 노래했다.

손질을 기다리던 다발무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겨울무의 진가,
이제 보여줄 시간이에요.”

꿀에 재워둔 생강과 배는
믹서를 기다리며
냉장고 속 사흘 간의 꿈에서 깨어나
느릿하게 기지개를 켜고
고운 화음을 얹었다.

그때
거실의 불빛이 나직이 말했다.

“사실 집안일은
정하 님을 힘들게 하려고
모여 있는 게 아니에요.
정하 님이 있어야
우리도 빛나거든요.”

그러자 빨래 더미도 손을 들었다.

“맞아요!
정하 님이 빨래 말리면
우리는 햇빛으로 다려 입어요.”

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집안의 모든 소리가
합창처럼 울렸다.

“오늘도 정하 님의 리듬에 맞춰
우리를 반짝이게 해 줘요!”

그 순간
나는 집안일을 총지휘하는

마에스트라가 되었고,

거실에는
밝은 햇살이 융단을 깔아줘

그 위로
C 메이저의 ‘살림 교향곡’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배경 이야기

집안일은

아무리 깨끗하게 치워놓아도

다음 날 또 어지럽혀집니다.

날마다 반복해서 해야 하는 집안일은 번거로운 일임에 분명하지만

생각을 비틀어 즐겁게 하자는 생각에

발상의 전환으로

살림 교향곡 in c majer를 시로 써 봤습니다.


이 시를 쓰고 있는 가운데도

집안일이 보이는군요.

아자 아자

이젠 일어나서

살림 교향곡 지휘를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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