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소나타

일상. 유머 감성 테마시

by 정하

불면 소나타


가장 불협화음으로 작곡된

불면 소나타가 연주되면

세상은 잠들지 못하고 깨어난다.


어제 아침

햇살이 겨울치고 너무 좋았다.

정남향의 베란다 밖에서

햇살은 연신 속살대며

내 창문을 두드리고

살짝 열어둔 창 사이로

포근한 겨울바람이

가벼운 몸을 밀고 들어온 때,


이때는

살림 교향곡 C major 4악장까지 마치고

쉴 참이었다.


집안일 총지휘하느라

팔과 다리가 뻐근한 때라

잠시 다리를 스트레칭을 하며 쉬고 있었는데


싱크대 위 수납장 위의 얼룩이,

소파 뒤의 먼지가

정신 사납게 나대며

“아직 안 끝났어요” 하고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마음먹은 김에

점심 식사로 허기를 채우고

커피 한 잔으로 카페인 공급하고

살림 교향곡 C major 번외편으로

집안일 총지휘에 다시 들어갔다.


온몸이 기진맥진한 날,

뇌는 도리어 각성한다.


오늘 밤,

불면이 불침번을 서게 되었다.

나의 불찰로

야간 근무자를

미리 불러들이고 대체한 셈이었다.


밤이 되면

모두가 말을 아끼며 드러누워야 하는데


낮에 서랍에 깊이 넣어두었던 생각들이

불쑥불쑥 몸을 일으킨다.


괜찮다고 넘겼던 일,

미뤄 둔 걱정,

아직 끝내지 못한 마음들—


나는

불면을 물리치기보다

뒤척이는 몸으로

어둠 속에서 뇌 주파수를 맞춰

불면 소나타를 듣는다.


잠은 오지 않아도

정리된 집안에서

말쑥하게 세수한

사물들의 수런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미

하루를

잘 건너왔다고

토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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