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언어를 입다

일상. 유머의 감성 언어

by 정하

우물가에 앉아

언어를 낚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세월만 걸려 올라왔다.

인내를 발휘하여 한 번 더 낚시질,

오호! 마지막 입질에 은빛 언어 한 마리


그때서야 낮에 온 친구의 전화가 떠올랐다.

“시장에 햇생강이 산더미야— 얼른 가봐.”

친구의 그 말이

나를 저녁 바람 속으로 재촉하였다.


파장 무렵의 시장은

생강들의 마지막 오디션 시간이었다.

그 중 한 녀석,

유난히 알이 탱탱하고 눈빛이 매워 보이는 아이가

나에게 은근히 윙크를 했다.


나는 그 녀석을 포함한 몇 다발을

끌차에 싣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노을이 끌차에 무임승차하더니

슬며시 생강 위에 앉았다.

생강들도

“이야, 우리가 선택받았대!” 하며

신나게 몸을 꿈틀거렸다..


집에 오자

생강의 흙을 털고

껍질을 벗기고

얇게 저미기 시작했는데—


생강이 눈빛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아주머니, 살살 좀요! 저희 감각은 피부에 있어요.”


손끝이 얼얼해질 정도로

세심하게 다듬었다.

생강도, 언어도,

둘 다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속살이 더 곱고 향기롭다.


배와 함께 유리통에 담고

꿀을 붓자,

생강들은

“아, 이 집 잘 왔다.”

라는 듯 은근히 몸을 굴리며 고운 물을 냈다.


낚아 올린 은빛 언어는

회를 떠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 감동의 세포를 깨웠고,


찻주전자에서 은근히 달인 생강차는

방 안에 아련한 향을 뿌리며

언어를 고르고 있던

나의 밤을 가만히 데우고 있었다.


그러자 눈빛이 반짝반짝해진 생강의 향이 말했다.

“시인님, 우리 자판기에 살포시 앉아도 될까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너희 덕분에

내 시가 날개를 달았네.“


일상이 언어의 날개를 단 날

내 마음도 따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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