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교향곡 in C minor

일상. 애도 감성 테마 에세이

by 정하

살림 교향곡 C minor


아주 오랫동안 병석에 계시다

요양원에서

십 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셨던

올케언니의 어머님,

사돈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지금 언니와 두 조카랑 같이

내려가고 있다고,

운전하기 전

오빠가 전화를 했다.


잠은 애들과 우리 집에서 주무시라고 말씀드리고,

나는 일단

여러 곳에 흩어져 사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오후, 함께 조문 가자고.


그리고 나서

시장바구니를 들고

장 보러 나갔다.


쇠고기버섯전골거리와

시금치와 굴, 감태

오빠가 좋아하는

간재미초무침감까지 샀다.


며칠 동안

겨울답게 손끝이 오그라들 만큼 춥더니

오늘은 도로에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조금 미끄러웠어도

추위는 한결 가신 듯했다.


너무 긴 세월

고단한 육신이

병상에서 힘겹게 나부꼈을 것을 생각하며


사돈어른 가시는 길,

조금은 따스한 기온을 몸에 두르고

가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집에 돌아와

먼저 화장실 청소를 했다.


아들 방과 서재에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이부자리를 손봤다.


오랜 투병 끝에

아흔이 넘은 연세에 돌아가셨다 해도

엄마를 영원히 이별하는 일은

여전히

눈물로 뿌린 눈 속을 걷는 일일 것이다.


고단한 몸이라도

조금은 녹일 수 있도록

방 안 온도를 미리 올려두었다.


내일 아침 먹을 음식까지

준비하려고

앞치마를 두르는 순간,

오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은

장례식장에 방이 두 개 있어

여기서 자고

내일 밤에 너희 집으로 갈게.


바삐 서두르며 지휘하던

살림 교향곡 C minor는

2악장에서

잠시 멈추었다.


방안의 공기들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배경 이야기


새해 첫날부터 연이어 부고 소식을 접합니다.

살림 교향곡 C minor는

애도하는 마음을 일상의 삶으로 지휘하는 내용으로,

슬픔을 겪는 가족을 위로하고

애조를 띤 생활을 음악으로 변주한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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