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유머의 감성 테마시
달의 건반
오늘 밤,
달이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잠깐 산책할래?”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슬리퍼를 끌고
밤하늘로 이어진
작은 계단을 올랐다.
별들은
내가 온 걸 알고 있었던 듯
눈을 반짝이며 줄지어 서 있었고,
북극성은
파란 광채를 붓 삼아
내 어깨에 조용히 색을 칠해 주었다.
은하수는
바람을 노로 삼아
작은 조각배를 띄워 주었다.
달은
내 마음 깊은 데 숨겨둔
낡은 서랍 하나를 열더니,
그 안에서 오래된 근심을 꺼내
사과 조각처럼 깎아서
주변 별들에게 던졌다.
별들은 그걸 받아
톡톡 깨물며 말했다.
“좀 시큼한데… 음, 그래도 맛있어!”
나는 그 말에 웃음을 참다
결국 터뜨렸고,
그 웃음이 하늘에 닿자
작은 별 하나가
말린 매화꽃처럼
보랏빛으로 피어났다.
달의 건반 위에
살며시 손끝을 올렸더니,
띵— 하고 첫 음이 시작되자
밤의 환상곡이 울려 퍼졌다.
오늘 밤,
세상은 그 멜로디에 취해
포근하게 숨 고르며
쌔근쌔근
숙면의 세계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