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환상곡 2

일상. 유머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달의 건반


오늘 밤,

달이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잠깐 산책할래?”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슬리퍼를 끌고

밤하늘로 이어진

작은 계단을 올랐다.


별들은

내가 온 걸 알고 있었던 듯

눈을 반짝이며 줄지어 서 있었고,


북극성은

파란 광채를 붓 삼아

내 어깨에 조용히 색을 칠해 주었다.


은하수는

바람을 노로 삼아

작은 조각배를 띄워 주었다.


달은

내 마음 깊은 데 숨겨둔

낡은 서랍 하나를 열더니,

그 안에서 오래된 근심을 꺼내

사과 조각처럼 깎아서

주변 별들에게 던졌다.


별들은 그걸 받아

톡톡 깨물며 말했다.

“좀 시큼한데… 음, 그래도 맛있어!”


나는 그 말에 웃음을 참다

결국 터뜨렸고,

그 웃음이 하늘에 닿자

작은 별 하나가

말린 매화꽃처럼

보랏빛으로 피어났다.


달의 건반 위에

살며시 손끝을 올렸더니,

띵— 하고 첫 음이 시작되자

밤의 환상곡이 울려 퍼졌다.


오늘 밤,

세상은 그 멜로디에 취해

포근하게 숨 고르며

쌔근쌔근

숙면의 세계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