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하늘을 마음껏 날아오르렴

교단 에세이

by 정하

조나단, 하늘을 마음껏 날아오르렴


남편과 내가 함께 운영하여 전국 대상을 받은

‘한빛국어교실’이라는 홈페이지가 있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자료를 내려받고, 질문을 남기고,

잠시 머물다 갔다.


남편은 국어와 문학에 관한 질문이 올라오는

Q&A 방을 맡아

명쾌한 답변으로 길을 열어 주었고,

나는 상담방에서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문제보다 마음이 먼저인 아이들과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그 무렵,

‘조나단’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학생이

자주 글을 남겼다.

문학 이야기를 할 때면

유난히 깊은 문장을 건네던 아이였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조나단은

내가 근무하던 학교의 1학년 학생,

유진이었다.


문학을 무척 좋아했지만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할머니 댁에서 자라고 있었다.

글 속에는 늘

결핍과 아픔이 조용히 배어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유진이는 학교에서 겉돌고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우리는 긴 시간을 이야기했다.

나는 서두르지 않으려 애쓰며

유진이의 자존감이

스스로 회복될 수 있도록 곁을 지켰다.


글쓰기 실력은 단연 돋보였다.

그래서 학생들이 도전할 수 있는

여러 문예 공모전을 소개했고,

작품을 출품하도록 이끌었다.

전국 단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금도 뒤따랐다.


유진이는 봉사 동아리 ‘비전’의

제2기 회장이 되었다.

비전 봉사동아리는 활동 영역을 넓혀

치매병원뿐만 아니라 노인병원, 독거노인댁,

발달장애우들이 있는 장애 시설까지 방문하여

목욕, 식사 조력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사제동행 봉사활동을 했다.


그 결과 봉사대회 전국대회에서

‘비전’은 금상을 받았다.

진심을 다해 리더 역할을 했던 유진이는

지도교사와 함께 학생 대표로 시상식에 초대되었다.


비행기 티켓이 배송되었고, 공항에 도착하자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우리를 맞았다.

리무진을 타고 신라호텔에 도착해

전국에서 모인 수상자들과 축제 같은 시상식을 치렀다.


교육부장관의 축사에 이어 20명 학생들의 국무총리상 수상

신라호텔에서의 이틀 밤, 그곳에서의 성대한 뷔페 식사,

청와대 방문과 한강 크루즈 유람….


유진이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이 모든 것들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내게 말했다.


“샘, 너무 행복해요.

제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이건 네가 누려도 되는 행복이야.

그리고 이 순간, 꼭 기억해 두렴.


살다 보면

다시 힘든 시간이 올 수도 있고,

누군가의 아픔 앞에 서게 될 수도 있단다.

그럴 때

외면하지 말고

자신에게, 또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지금의 감동은

유진이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란다.“


그해 겨울방학,

유진이는 날마다

정갈한 손글씨로 엽서를 써 내려갔다.

두툼해진 엽서들을

펀치로 뚫어 고리로 묶어

개학하는 날 내게 건넸다.


지금도 내 서랍 속에는

그 엽서 묶음이 있다.

서랍을 열 때마다

종달새 같은 목소리로

조용히 노래를 건넨다.


“저에게 선생님이 계셔서

잿빛이던 긴 겨울을

견딜 수 있었어요.

이제는

푸른 하늘을 박차고

날아오르려 합니다.”


교사는

물살 치는 여울목 앞에 있는 아이를 위해

따뜻한 손 내밀어

징검다리를 잘 건널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 날아오를 때까지

뒤에서 시간을 건네는 사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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