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아이들은

교단 에세이 에필로그

by 정하

그때, 그 아이들은


교단에서 나와 만난

아이들의 시간은

짧은 계절에 불과했지만,

그 계절을 함께 건너온 아이들은

지금도 내 삶의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교사로 살며

수많은 얼굴을 만났고

수많은 이름을 불렀다.

어떤 아이는 질문으로 기억되고,

어떤 아이는 침묵으로 남아 있다.

또 어떤 아이는

긴 시간이 흐른 뒤

전화 한 통, 엽서 한 장,

혹은 어두운 밤하늘의 빛줄기처럼 찾아오기도 했다.


이 브런치에 올려진 이야기들은

눈부신 성공담도,

극적인 기적의 기록도 아니다.

다만

한 시절의 교실에서

조용히 스쳐 지나갔던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 자리를 찾으며

흘러갔는지에 대한

작고 느린 증언이다.


누군가는

파란 하늘을 천정으로 삼은 사무실에서

흙을 일구며 살고 있고,

누군가는

은행 창구 뒤에서

묵묵히 서류를 결재하며 하루를 보내고,

또 누군가는

상처를 딛고

자기만의 날개를 펼쳤다.


이 글들은

교사의 성취를 기록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라나는 시간에 대한 경외심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제자라는 이름으로 내 삶을 스쳐 간

모든 아이들에게 보내는

늦은 안부이기도 하다.


나의 교실은 사라졌어도

그때 그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은

내 인생의 묵정밭에

생명력 있는 씨앗으로 뿌려져

언어로 꽃 피우고 있다.


삶의 순간을 스쳤던 감동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은은한 향기가 되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는 미소가 되어

삶을 지탱하게 한다.


나는 글로 내일의 나에게

그 기쁨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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