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밤

교단 에세이

by 정하

훈훈한 밤

- 봉사 천사 제자 이야기 3-


봉사 활동을 마치고 나면

학생들에게 꼭 소감을 쓰게 했다.

그 글들을 모아

봉사 활동 수기 공모전에 응모했다.


“우리 이웃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노래로 불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비전’ 봉사 동아리 1기 회장의 수상작 첫 문장이었다.

전학 후 심리적 부적응을 겪으며

자퇴까지 고민하고 있던 아이였다.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 아이는 담담히 써 내려갔다.


많은 학생들이 상을 받았다.

학교는 봉사로 특화된 학교가 되었고,

전교생이 봉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이듬해 학생들은 전국 대회에서 상을 받고

장학금도 받고

매스컴의 집중도 받으며

학교를 빛내는 얼굴들이 되었다.


졸업식 날,

학생들은 말했다.

“선생님, 봉사를 하면서

제가 바뀌었어요.”

“제 인생은 달라질 거예요.”


나는 발령받아 다른 학교에 가도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18년 동안 지도하면서

봉사는 인성 지도에

탁월한 교육이라고 믿으며

학생들과 함께 봉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갈수록 봉사 정신은 왜곡되고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

점점 의미를 잃어 가는 현실이

마음 한켠을 씁쓸하게 한다.


나와 함께했던 봉사 천사 제자들.

지금은 어느 자리에서

또 누구의 삶을 따뜻하게 매만지며

풍요롭게 적셔 주고 있을까.


나를 감동시켰던

많은 학생들이 문득 떠오르는

훈훈한 밤이다.


봉사는

한 사람의 마음에 남아

또 다른 삶을 건너가며

조용히 이어진다.


나는 오늘도

그 아이들의 따뜻한 손의 온도를 기억하며

나의 교단 생활에 남긴

오래된 흔적을 글로 매만져 본다.




이전 07화자존감을 회복하게 하는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