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자각과 성찰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물의 서사


새벽녘,

나뭇잎 끝에서

이슬 한 방울 뚝 떨어졌다.

그 순간,

나의 세상이 조용히 열렸다.


작디작은 물방울은

풀잎의 경사를 타고

도랑의 여린 물결과 합류해

졸졸 흘러가다가


어느 날은

돌부리에 걸려 울기도 하고

어떤 날은

우당탕탕,

거센 물살로


계곡의 바위와 부딪혀 넘어지며

굽이굽이 휘몰아치는

격정의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웃음의 하얀 포말과

울음의 짙은 포효를

번갈아 쏟아내며

멈추지 않고

나는 계속 흘러갔다.


그러다 마침내

푸르른 산의 어깨를 끌어안고,

흰 구름의 발끝을 잡아당기며

여유로운 산책을 하는,

유유히 넓은 들녘을 흘러가는 강이 되었다.


폭풍의 여울목도 지나고

뿌연 안개도 걷히고

햇살이 너무 눈부셔

내가 향하던 길도 잠시 흐려진 어느 날


“이제,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나는 그제야

숨을 한번 길게 들이쉬며

내가 흘러온 모든 시간이

바다를 향해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은,

은빛 햇살과 입맞추며

서두르지 않는 흐름으로

느리게, 더 느리게

바다의 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훗날

노을이 붉게 깔릴 때,


수평선이 가슴을 활짝 열고

잔잔한 물결이 찰랑거리는

바다에서

고단한 몸을 푸는 찬란한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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