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그리움의 감성 언어
시간의 숲
어둠은
밝은 햇살을 밀어내고
퇴화해 가는 내 기억의
깊은 틈에서
은밀히 자라는
나무였다.
서랍 깊숙이,
먼지를 뒤집어쓴 오래된 엽서 한 장.
너에게 가고 싶다—
낡은 잉크로 남은 문장.
그러나 뒷면에 적힌 이름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루처럼 바스라져
조용히 흩어지고 말았다.
이름을 잃은 기억,
얼굴을 잃어가는 추억들.
사라질수록
더 짙게 번져오는
내 안의 어둠.
한때는
하루의 빛만으로도 환히 살아났던 순간들이
이제는
시간의 좀벌레에게 조금씩 갉아먹혀
회색 먼지로 흩어지고,
남은 것은
그저,
한 사람을 부르던 아슴푸레한 기억.
그리고
지향점을 잃은 채
숲의 여러 갈래에서
천천히 길을 묻고 있는
내 마음뿐이었다.
배경 이야기
까마득하게 먼 옛날,
누군가로부터 엽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엽서 속 너에게 가고 싶다는 말은 기억나지만 나머지는 가물가물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시간은 기억을 지우지만, 당시 느꼈던 마음의 잔향은 흔적을 남겨 둡니다.
사라지는 순간 속에서도
우리는 오히려 우리 자신에게 더 가까워집니다.
〈시간의 숲〉은
잃어가는 기억의 빈 자리에서
조용히 새로 자라는 ‘나’를 바라본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