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미국 서부 하이킹으로 회복을 배우다

by 닥터로


여행의 시작

샌프란시스코 도착-요세미티 국립공원-휘트니마운틴 주변 - 데스벨리 국립공원 -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림 하이킹 - 그랜드 캐니언 노스림 - 자이언 국립공원 하이킹 - 샌프란시스코 출발로 미국에서 9년 동안 살았으나, 대충 가보거나 보지 못했던 장소를 미국 떠난 지 거의 7년 만에 다시 가서 구경하고 새롭게 느끼고 왔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LA에 살던 집은 안 들렀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가이드 신문


이 여행은 2007년 가을 무렵 기존 직장에서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기 전에 시간이 생겨서, 가게 되었지만, 원래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지 계획은 없었다. 갑자기 선택한 이직.. 이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었고.. 순간적으로 결정하면서 여행 계획을 오랫동안 했다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잡았다. 살아보고, 몇 번 가봤던 여행지를 굳이 또 갔던 이유는 겉만 치장하기보다는 속을 채워야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진짜 속으로 무엇을 원하는 가를 눈을 감고 생각해 보니 극한의 상황을 견뎌내는 활동과 딱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은 여행을 고민해서 선택했다.


박사과정 때 미국 직장을 다니고 싶은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97년 금융위기 당시는 공부를 했지만, 그 뒤 미국에 혜성처럼 나타난 Dot COM 바람에 휩쓸려 취직을 선택했고, 터져버린 버블 그리고 해고와 귀국 불과 2년도 못 채우고 일어났다. 어렵게 들어갔던 한국 회사에서는 전문계약직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 나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이직해서 새롭게 간 회사도 전문계약직이었지만, 이 여행을 다녀온 뒤 성숙해져서 그런 신분에 대해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여행의 목적 힐링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힐링하고, 또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게 되는 힘든 시기였지만 밤새우고.. 또 밤새우고.. 일했던 당시, 회사에서의 하루하루가 지금도 기억에 모두 남는다.


이 여행은 가장 힘들었던 나의 젊은 시간 (약간 나이는 있지만)에 나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 뒤 삶의 지혜가 점차 쌓여 간 거 같다. 자연이 손상되어도, 자연적 치유가 일어나듯... 즉. 미국서부여행 자체가 나를 찾는 촉매제가 되었다.


여행의 교훈

두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 광경, 감정이 떠올랐다. 눈을 뜨고 다니면서도, 멋진 광경을 봤어서 아무런 감흥을 못 느꼈거나, 조금만 부지런했어도 인생에서 한번 볼까 말까 한 멋진 장면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여행하는 동안 계속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후회가 많이 되었다. 좀 더 여유 있게, 계획을 가지고 살았더라면, 더 좋고, 많은 일들이 바로 앞에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후회하였다. 그때나 지금도 바쁜 게 멋이고, 나만 대단하다는 자만심을 조금 버리고 내려놓으면 참 많은 일들이 보인다. 이런 생각을 여행에서 얻게 된 건 아마 살았던 곳을 다시 찾아갔기 때문에 여행 내내 자신을 돌아본 거 같다. 아님 그곳과 거기서의 일, 사람에 대한 미련 때문에

미련

처음에 LA 살던 집에 가려고 계획을 무심코 잡았던 거 자체가 그때 그 직장에서의 미련, 실패에 대한 후유증을 극복하려고 하던 것도 여행 목적 중 하나 인 점은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이 났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출발하면서부터 이미 힐링이 되었다.. 골드 초원의 오클랜드 지역을 지나면서...

여행기를 작성하게 된 이유.. 코로나 봉쇄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된 여행이야기를 쓰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야 마치게 되었냐면, 다녀오고 나서.. 핑계지만.. 일이 너무너무 많고, 수많은 사진을 정리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생각과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2020년 들어와서.. 갑자기 닥친 코로나 바이러스로 재택근무를 거의 3달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일과 지금까지 뭔가 정리가 안된 일을 생각하다가. 미국 서부여행 사진을 다시 보면서.. 끝내보자며 사진을 정리하게 되었다. 글이 너무 거칠고, 당시 감성이 충분히 담기진 않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다듬어 보며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라고 항상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 바보짓을 하면서 당시 나만이 알고 있는 감성과 그 뒤에 숨겨졌던 계획/계기/동기가.. 지금의 나를 보면서 새로운 생각과 계기를 주기는 한다. 여하튼 시간대도 좋았고, 찍어온 모든 사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여행기를 마치게 되어서 책 한 권을 작성한 느낌이다. (약간 후련하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 쓴 것을 브런치로 옮기면서 사진도 좀 더 추가하고, 글도 많이 다듬기는 했지만, 아직 매끄럽게는 못쓴다.


사진의 의미

사진을 보면 당시의 감성이 살아난다.. 당시 보다, 그전에 연관된 모든 것이 한 번에 보인다. 가능하면 좋은 사진을 남기면 몇 년이 더 지나도 당시와 그와 연관된 달콤한 생각, 슬픈 생각을 준다

트윈픽에 올라갔을 때.. 미국 직장을 떠나게 되며.. 이 장소에서 슬퍼했던 기억이 많이 났다.


롬바드거리는 개인적으로 사연이 있다



카메라


소니 알파 카메라와 칼자이즈 렌즈를 (줌렌즈 1개, 단렌즈 2개) 사용하였는데, 카메라 판매점에서.. 렌즈로 카메라 바디 몇 개나 사겠다는 말을 했었다. 여행 때문에 갑자기 카메라 구입하고, 장비를 구입한 내가.. 너무나 부족했었다. 그 뒤 Canon 5d, 6d Mark2, 5d Mark4를 차례대로 구매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카메라를 잘 다룰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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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정


원래 Adobe Photoshop을 사용했다. 보정은 거의 사용 안 한 사진들이 대다수고 (원래 자연 사진을 좋아하기보다는 편집기 다루는 것이 서투르다). 사진 찍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카메라 안의 먼지와 렌즈 먼지를 제거 안 해서 사진마다 먼지 자국이 남아서. 그 먼지 자국 없앤다고, 사진마다 먼지자국을 제거했다. 사진 편집이 너무 귀찮아서 오랫동안 글을 안 쓴 핑계 중 하나다.



여행기간과 경비


정확하게 19박을 했다.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을 제외하고

돈 많이 썼다는 건 사실. 얼마인지 기억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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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타고다니기엔.. 좀 과도했던 렌터카.


브런치 편집

네이버블로그에서 쓴 글이 너무 투박해서 하루에 한 장씩 재작성을 했다.

먼저 쓴 글을 보면, 너무 장황하거나, 똑같은 표현들이 많이 나왔다. 주로 웅장한, 뻑가는, 죽이는, 장엄한....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그 거대한 장면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용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반복해서 작성한 문장을 지우거나 각색했다. 또 하나는 블로그는 너무 개인적인 자랑이나 감정에 빠져 있는 점이 많아서 모두 삭제했다. 그래도 군데군데 보면 자랑을 슬쩍 집어넣은 게 보인다. 왜 나는 입만 열면 자랑할까? 말할 주제가 자랑 아니면 못하면 그런 사람인가? 글을 쓰면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된다.


미서부여행의 Color 책 제목 : 블루, 옐로 그리고

미국 동부/중부 (일리노이 1년, 오하이오 3년, 펜실베이니아 4년)에서 살았다. 직장 생활하기 전에는 서부에 왔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사할 때 직접 운전해서 미대륙을 횡단했다. 이때는 사진 찍을 여유 없어서 그냥 운전만 3박 4일 했는데, 기억나는 건 주(State) 마다.. 각각의 특이한 색들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주 모두 특이한 자연의 색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중부나 동부는 획일한 색상으로 기억하는데 동부에서 서부로 올수록 자연 색상이 바뀌는 현상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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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부 여행에서 얻은 것이 무엇일까

몇 년이 지난 지금 돌아봐 생각을 해봤는데, 단 한마디로..


나는 은색, 금색, 황토색, 고동색, 노란색, 하늘색 진짜 색을 보았다.

"I got to see the true colors: Gold, bronze, yellow, and blue."


Blue, Yellow, and...

멋진 장면,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되었다. 몇 년이 지나도 이때 사진을 보면, 그때 입이 딱 벌어질만한 엄청난 규모의 캐니언과 요세미티 산의 모습, 한걸음을 땔 수가 없었던 데스벨리의 모습은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된다.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서 여행한 또 다른 이유는 병원에 장시간 누워계셨던 아버지에게 멋진 자연의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생각, 또 어머니께도 멋진 자연의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인생 사진을 선물하자는 생각, 그리고 마음속 깊이 박혀 있었던 버킷 리스트를 이루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 그랬다.


여행기를 마치면서 오래된 사진을 보니, 다시 또 다른 여행 가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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