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타킴 Mar 11. 2024

10화. 네가 가진 가장 귀한 트라우마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누구나 인생에서 트라우마와 결핍에 대한 욕구가 있다. 오랜만에 내 어린 시절이 아닌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 같다. 심리 상담이나, 학생들에 대한 상담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트라우마나 결핍에 대한 욕구를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과 지금 심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사실, 나는 트라우마라는 무겁고도 무서운 말을 쓰기보다는 그냥 그 사람의 경험과 삶의 흐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인생은 짧고 전 세계 모든 인간의 인생은 다른데, 유별나게 트라우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사주팔자의 지독한 통계학을 따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담임을 할 때, 첫 OT시간에 항상 이야기하듯 나와 정말 많은 세월의 차이가 나지만 내가 겪지 못한 인생을 겪은 인생들이기에 내가 가르칠 것도 많지만 내가 배울 점도 많다고 이야기한다. 나 또한, 인생의 트라우마이자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떠한 경험을 거쳤다. 그렇기에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다 겪어 봤는데" 이 세상 그 누가 되었더라도 내 경험은 아무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 또한 누구에게 조언도 충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그저 내 인생의 경험을 들려줄 뿐이고 그들의 인생을 존중하고 들어줄 뿐이다.


내 제자들이 성인이 되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공통점이 있다. '선생님 같은 스승은 처음 만나본다'였다. 나는 그들이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냥 인생의 동반자로서 들어주기만 했고, 그저 그들의 인생을 응원했다. 내 경험에 빗대어서 어쭙잖은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녀를 키움에 있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내 인생이 빗대어 자식을 그 틀 안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과 시행착오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오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왜냐면, 내가 세상을 떠나도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트라우마들과 인생의 결핍 욕구들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리비도(Libido)라는 용어로 성적 결핍을 성인이 되어서도 발현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로 인간의 정신을 분석했고 비록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결국 유아기와 아동기에 결핍이 된 욕구가 성인기에 발현이 된다는 이론이었다. 나 또한 이 이론에 100% 공감을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의 어린 시절의 어떤 결핍에 대한 욕구가 성인이 되어 발현이 된다는 것에 굉장한 동의를 한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당신의 어린 시절의 어떤 경험은 트라우마 혹은 결핍 욕구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심각한 고민과 오류에 빠진다. 트라우마와 결핍이라고 하는 순간 그것을 극복하고자 매우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나만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든 가슴 한편에 큰 구멍이 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심리학적으로는 그것을 트라우마나 결핍욕구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것을 그 사람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부른다. 왜냐면,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나만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평생 그 기억을 극복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 경험은 '극복'해야 할 아픔에 머문다.


하지만, 그 또한 나만의 소중하고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여긴다면 그건 나만의 '인생'이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네가 그렇게 힘든 경험을 겪어봤어?' 그래서 나는 이야기할 수 있다. '응, 알아 그 마음' 그런데 내 인생에서 평생 그 기억을 짐처럼 짊어지고 갈 것인가, 혹은 그저 나라는 특별한 사람의 경험으로 생각할 것인가는 나의 마음속에만 달려 있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당신의 그 트라우마나 결핍에 대한 욕구를 존중하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반드시 극복해야 할 아픈 기억이 아니라, 당신만이 가진 슬프지만 아프지만, 특별한 기억이자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앞으로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차피 살아가야 하는 나의 남은 인생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 살아갈 것이고 견뎌낼 것이다. 이 어둠의 긴 터널은 반드시 끝이 날 것이니.


한 걸음 더 달릴 거잖아?




그러니까, 오늘의 힘듦에도 오늘의 하루에도 멋지게 견뎌낸 당신을 응원하면서도 인생에서의 트라우마나 잊고 싶은 기억이 당신만의 무기가, 당신만의 자신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당신이 나만 힘들다고 느낄 때, 당신이 나만 하늘이 버린 것 같을 때, 반대로 당신은 전 세계 80억 인구 중에 유일하게 그런 경험을 한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Special one이지 절대로 Normal one이 아니다.

내가 장담하는데,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시간을, 가장 힘들면서도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니, 깊게 생각하지 말고 우울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라.

당신은 적어도 이 글의 끝까지 함께한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고도 넘치는 '특별한 사람' 이니까.

이전 09화 9화. 죽을 만큼 힘들 때 한 번 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