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타킴 Mar 12. 2024

11화. 나는 뭐 해먹고 살지?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이전 글에서 많이 언급했듯이 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세대라 당연하게도 축구선수를 꿈에 품고 살았다. 구기 종목과 뛰는 것에 대한 타고난 스포츠 심장도 그 꿈을 품는 것에 한몫했다. 그래서 극구 축구선수를 만류하던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고등학교 때 무모한 도전까지 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다른 꿈을 꾸게 해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중학교 때 체육 선생님이었다. 교육열이 상당히 높은 동네에 살던 나는 학교가 끝나면 당연히 학원에 사는 생활을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왔고, 학교 또한 우리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공간은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한 반에 40명씩 15 학급이 있었기에 수많은 친구들이 경쟁하고 학업에 열중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어느 곳이나 그렇듯 그러지 않은 친구들도 많았고 고백하자면 나도 그렇게까지 열정적인 학구열을 가지지는 않았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던 3월 2일, 우리 중학교에 새로운 체육 선생님이 오셨다. 그 선생님은 상당히 열의가 넘치셨고 지금은 당연하지만 그때는 굉장히 획기적이었던 교내 스포츠 리그를 개최했다. 남학생은 당연히도 축구 종목으로 무려 한 학기 내내 열다섯 반이 리그를 벌였다. 축구를 좋아했고, 나름 실력도 좋았던 나에게는 굉장히 주목받을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 것이었고 그때 우리 반은 우승과 함께 나의 득점왕까지 이루어냈다. 그때 열다섯 반의 모든 남학생들은 유니폼을 맞추고,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하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비장하게 유니폼과 축구화를 교실 뒤편에 걸어두기까지 하였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아,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구나


그래서, 나는 축구선수 다음으로 체육교사를 꿈꿨다. 그리고 미래의 내가 수많은 학생들의 인생에 귀감이 될 날 만을 그리며 그 체육선생님을 따라가려고 애썼고. 결국 그 선생님의 대학까지 따라가 결국은 스승과 제자에서 대학교 선후배 사이가 되었다. 결국, 이제는 회사라는 또 다른 도전의 길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나는 뜨거웠던 내 꿈과 그것을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20대 때부터 수많은 학생들을 학원, 학교에서 만나면서 특이하게도 체육이 아닌 '꿈 멘토링' 상담을 진행했다. 왜냐하면 내 친구들도, 입시학원에서 마주한 수많은 제자들도,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도 공통적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저는 꿈이 없어요.


그런데 재밌게도, 성인이 된 우리 모두들도 명확한 인생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아닌데? 나는 꿈이 있는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당신의 인생 꿈인지 목표인지 잘 구분해 보길 바란다. 꿈과 목표의 차이는 명확하다. 


꿈은 그리는 것이고,

목표는 달성하는 것이다. 


내가 멘토링을 할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은 "꿈이 뭐야?"이다. 그럼 보통 꿈이 아닌 목표를 말한다. 저는 서울대에 가는 게 꿈이에요, 저는 25살에 1억을 모을 거예요, 저는 여의도 직장인이 되는 게 꿈이에요. 꿈은, 내가 죽기 전까지 그려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어느 시점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꿈을 이렇게 그려보라고 권장한다. 


네가 죽기 전에 자서전을 쓴다면, 그 첫 페이지에 한 문장으로 네 인생을 어떻게 요약할래?


여기에서, 사람들이 잘못된 이분법 논리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목표는 짧고 좋지 않은 것이고, 꿈은 뜨겁고 깊은 것인가요?" 정답은 아니다. 우리가 인생의 꿈을 가지고 살다 보면 목표라는 것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우리의 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단기 목표는 나를 채찍질해 줄 것이고, 장기 목표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꿈은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까? 답을 내기가 정말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방법은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하면 된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자신에게 거울을 보고 질문을 해봤을 때, 이미 사회적인 신념들과 타인의 시선에 물들 대로 물든 우리들은 진정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목표는 당장 오늘과 내일부터 계획을 짜야하지만, 꿈은 다르다. 꿈은 내 인생의 끝부터 그려나가는 것이다. 내 부모가, 내 애인이, 내 트라우마가, 내 상처가 만든 네 모습 말고! 진정으로 내가 어떤 생각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재밌는지, 어떤 선배나 상사나 어른을 만났을 때 가슴이 뛰는지 그 순간들을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아주 조금씩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보인다. 아니, 어떻게 보면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보다 와닿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죽어가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나의 꿈은 여전히 한 문장으로 쓸 수 있다. "나를 스쳐가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자" 난 이런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고, 난 끝까지 그런 사람으로 모든 이에 기억에 남기로 결정했고, 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진심으로 고마워해 줄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이 꿈을 이루는데 가끔 실패를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이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다면 그걸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다 못해 길을 잃어 헤매는 낯선 이를 도와줌에도 큰 보람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러 집단의 리더로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내 글에서 느껴졌듯이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음에도 이 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 가슴이 뜨거워지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전 축구선수 이영표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고 했다. 이에 전 농구선수 서장훈은 "세상에서 그 얘기가 제일 싫다. 자신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두 이야기에 모두 공감한다. 이영표의 말에는 하나가 빠진 게 있다. 그게 바로 '꿈'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이 명확한 사람은 노력도 고통도 결국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기에 그 순간은 매우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다시 일어나 걷게 된다. 내가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가슴 뜨거워지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길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반대로, 서장훈의 말도 똑같다. 꿈을 추가하면 말이 달라진다. 즐긴다고? 내 꿈을 이루려고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운데? 그럼에도 그것이 목표가 아닌 인생의 꿈이라면, 노력 자체도 고통도 즐길 수밖에 없다. 그 고통도 심장은 뜨거운 꿈으로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선을 바꿀 수도, 포기할 수도, 때로는 돌아갈 수도 있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꿈을 바꾼다 라는 말은 한 사람의 인생 방향 자체를 바꾸는 일이 된다. 


내가 멘토링의 마지막에 꼭 하는 말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꿈에 대해서 아직도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지금 당장 내가 뭐 해 먹고살지? 나는 뭘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이 든다면 내가 장담하는데 당신은 그 누구보다 인생에서 몇 걸음은 더 앞서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 너무도 잘하고 있다.


그 고민이 든다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든 이들의 말이 아닌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해보길 바란다. 내 인생을 돌아보고 내 눈과 마주하다 보면,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조금은 그려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것이 한 달이든 일 년이든 혹은, 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좋다.


그렇게 그려야 진짜 '내 꿈'이다.

당신의 오늘이 진짜 '꿈'을 향한 첫 마주함이 되길 바란다.

이전 10화 10화. 네가 가진 가장 귀한 트라우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